교도소 담을 넘어 온 이웃사랑 우표 752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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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액수는 얼마 안 되지만 한 달 동안 열심히 쇼핑백을 만든 대가로 받은 각별한 의미의 우표이니 정말 소중한 곳에 써주길 바랍니다.”

 28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배달된 편지 내용 중 일부다. 발신자는 안양교도소(경기도) 재소자인 나모씨였다. 그는 편지 속에 1750원짜리 우표 6장과 250원짜리 우표 4장을 넣었다. 1만1500원어치였다. 공동모금회 이종만씨는 “나씨가 보낸 우표는 교도소에서 현금 대신 통용되는 것으로 사실상 현금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나씨는 피부과병원을 운영하다 보건법 위반으로 형을 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병원에 근무할 땐 나와 직원, 환자들이 동전을 모아서 기부하곤 했는데 올해는 재소자 신분이라 달리 기부할 길이 없어 우표를 대신 보낸다”고 적었다.

 앞서 27일에는 청주여자교도소에서 20만5550원 상당의 우표가 공동모금회로 배달됐다. 주인공은 이 교도소에 수감 중인 김모씨 등 12명. 이들은 직업 훈련의 하나로 꽃꽂이 교육을 받고 모은 우표를 보냈다. 1750원짜리 우표 18장, 250원짜리 우표 691장 등 모두 742장이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진주교도소에 수감돼 있을 때도 우표 73장(2만8970원 상당)을 보낸 바 있다.

 김씨는 동봉한 편지에서 “작년 진주에서 방 식구들과 작은 기부를 하고 꼭 1년 만에 청주 화훼 훈련 식구들과 다시 기부할 수 있는 축복을 얻었다”고 썼다.

그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기부금 유용 등으로 기부가 주춤하리라 생각된다. 이로 인해 춥게 보낼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고 바깥 세상을 걱정했다.

 김씨와 동료 재소자들은 편지에 신년 메시지도 담았다. “이 메시지들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타오르게 하길 소망합니다”라고.

 공동모금회 이동건 회장은 “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이 아닌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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