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들, 미주 한인은행 입질

미주중앙

입력

외환은행 인수한 하나금융
미국 지점 재건· 확대 계획
우리아메리카는 부실 정리
한미인수 걸림돌 제거 박차

한국 은행들의 미주 시장 공략이 내년에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하나금융지주의 김승유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 이후 미국내 소매금융 기능을 부활시켜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뜻을 밝혔다. 우리금융지주는 한미은행 인수 승인의 문제가 되고 있는 우리아메리카은행의 부실대출(NPL) 정리 작업에 착수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한국 금융시장이 포화상태에 있는 만큼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한국 금융기관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될 조짐으로 받아 들여진다.

◇하나금융 미국 입성 포부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를 마치면 미주 한인 금융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지점을 재건하고 장기적으로 미국내 지점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은 최근 한국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200만명의 교포가 있는만큼 해외진출 과정에서 미국시장의 지점 재건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지난 2004년 미국의 대형 펀드업체인 론스타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미국 현지법인이자 미주 한인은행가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퍼시픽유니온뱅크(PUB)를 한미은행에 매각했다.

하나금융은 그간 수차례 미국 시장 진출을 시도했다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PUB 인수전에도 나섰으며 2007년에는 커먼웰스비즈니스은행을 인수하려다 대주주였던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문제로 미국 금융감독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얼마전 테마섹이 하나금융의 지분 전량을 매각해 커먼웰스 인수 시도 당시 문제가 됐던 걸림돌은 사라졌다. 하나금융은 해외영업 자산 비중을 현 5.4% 수준에서 최대 20%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어 미국 시장 공략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전망은 끊이지 않아왔다.

한 은행 관계자는 "나라-중앙 합병으로 은행들의 이합집산 물밑 움직임이 한창인 가운데 하나의 외환은행을 통한 미국 시장 공략 본격화는 업계 판도에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아메리카 부실정리

부실채권 전문 투자회사 우리에프앤아이(F&I)는 미주 자회사 WR인베스트먼트(WR Investment America LLC)가 우리아메리카의 NPL 4000만달러(원금 기준)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우리F&I는 우리금융의 자회사다. 이는 우리금융이 한미를 인수하는 데 있어 우리아메리카의 대형 부실이 승인 걸림돌이 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금융은 또 한국의 조용흥 부행장을 우리아메리카의 신임행장으로 임명하고 이달초에는 7000만달러를 증자하는 등 우리아메리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아메리카는 지난 2분기와 3분기에 부실대출이 크게 늘었고 이는 현재 진행중인 감독국 감사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승인 주체인 연방준비은행(Fed)은 우리금융이 한미를 경영할 능력을 갖고 있느냐에 대한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원한 은행권 소식통은 "승인 여부는 전적으로 감독국 의중에 달렸다. 다만 우리금융이 여전히 한미 인수에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보는 데는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염승은 기자 rayeom@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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