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부상 병동 KT 예상 깨고 “올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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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진 KT 감독. [중앙포토]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구멍이 숭숭 뚫렸는데도 2위에 올라 있다. 2010~2011 프로농구에서 가장 질긴 팀, 바로 KT다.

 KT는 이달 중순부터 ‘부상 도미노’가 이어지면서 전력이 반토막 났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KT의 추락을 예상했지만 오히려 순위는 올라갔다. 12월에 8승2패를 기록 중인 KT는 이달 초까지 3~4위를 유지하다 공동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선두 전자랜드와 한 경기 차다.

 ◆사상 최악의 부상 병동=KT 포워드 김도수는 지난 11일 발목 뼈 골절로 시즌을 접었다. 19일에는 포인트가드 표명일이 늑골을 다쳤다. 이미 지난달에 가드 최민규가 손가락 골절로 빠져 설상가상이었다.

 박상오는 19일 발가락을 다쳤지만 다음 경기에도 출장했다. 찰스 로드 역시 14일 경기 도중 엄지손가락이 찢어졌지만 계속 경기에 나서고 있다. KT 홍보팀의 정선재 팀장은 “박상오는 왼쪽 엄지 발톱이 빠져 시커멓게 됐는데도 뛰고 있다”면서 “로드처럼 손가락이 찢어진 건 우리 팀에서 부상 축에도 못 끼인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손가락 부상 탓에 시즌 초반부터 빠져 있었던 송영진은 예정보다 이른 지난 26일 복귀했다. KT 관계자는 “주전의 절반 이상이 다친 건 프로농구 사상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전창진 KT 감독은 “총칼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기분”이라고 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KT는 최근 박성운·윤여권·이상일·양우섭 등이 주전 자리를 꿰찼다. 이들은 대부분 2군 출신 무명 선수다. 전창진 감독이 “나도 처음 보는 선수가 있더라”고 말했을 정도다.

 무명의 식스맨이 뛰어도 KT 특유의 무빙오펜스는 힘을 잃지 않고 있다. 무빙오펜스는 다섯 명 모두가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공격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상범 인삼공사 감독은 26일 KT에 완패한 뒤 “KT 선수들은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우리가 그렇게 했어야 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송영진과 박상오, 장신가드 조성민 등이 두터운 포워드 층을 형성해 매치업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도 강점이다. 양우섭은 “우리 팀은 어려울수록 똘똘 뭉친다”고 말했다.

 ◆전창진 감독 카리스마 빛나=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제스퍼 존슨이 KT 공격의 핵”이라면서 “존슨은 체력과 수비가 약한 게 단점인데, 올 시즌 로드가 들어오면서 보완이 됐다. 체격 좋은 로드가 상대 빅맨을 잘 막고, 또 이 때문에 출장시간이 줄어든 존슨이 경쟁의식을 느꼈는지 국내 선수들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부쩍 노력하더라”고 설명했다.

 거물급 스타가 없는 KT의 중심을 존슨에게 두고, 다른 선수들의 기를 살리면서도 존슨에게 긴장감을 주는 게 전 감독의 카리스마다. 전 감독은 비시즌 동안 혹독한 훈련으로 식스맨들을 몰아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터뷰 때마다 “새벽까지 훈련하는 식스맨들 덕분에 이겼다”면서 기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전 감독은 26일 역대 최소경기(485경기)만에 통산 300승을 달성했다. 과거 동부 사령탑 시절(2002~2009년) “스타 선수들 덕분에 승수를 거저 챙겼다”는 말을 듣던 그는 전력에 구멍이 난 KT를 이끌고 보란 듯이 300승을 거뒀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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