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통신 韓·美합작사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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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통신업계의 최대 이슈였던 신세기통신(017)의 경영권이 이달 말 2대 주주인 코오롱의 주식 매각으로 단일화될 전망이다. 특히 1대 주주인 포철과 3대 주주인 에어터치가 경영권 단일화를 긍정적으로 협의 중이라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이에 따라 지난 5년간 포철과 코오롱간 경영권 마찰로 후발주자에게도 밀리고 있던 신세기통신은 앞으로 이동전화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휴대폰 업체로 새로 태어나게 된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포철이나 세계 최대 휴대폰업체인 에어터치, 어느 쪽으로 단일화되든 이들 업체가 강력한 대부(代父)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또 내년 하반기 선정될 차세대 개인휴대영상전화(IMT2000) 사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등 이동전화 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단일화 임박=신세기통신에 따르면 코오롱은 최근 자사가 보유한 3천7백64만주(지분 23.5%) 중 대부분을 미국 에어터치(11.4%)에 팔기로 합의했다. 양사는 이미 신세기통신 지분매각을 위한 투자의향서(MOU)를 교환한 데 이어 이달 말까지 본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그 동안 주식매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코오롱측은 “자기자본비율을 2백% 이하로 낮추려고 신세기통신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며 “이번 매각으로 3천억원 정도의 자금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알려진 계약 내용은 코오롱이 보유한 주식지분 중 17% 정도가 주당 1만8천∼2만원에 에어터치에 넘어가는 것.

이러면 신세기통신의 주요 주주 지분은 에어터치 28%, 포철 25.5%, 코오롱 6% 등으로 바뀐다. 외형상으로는 에어터치가 포철을 밀어내고 1대 주주로 등극하는 것이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포철이 경영을 책임지고, 에어터치가 지분투자를 하는 형태의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포철은 코오롱 지분을 에어터치에 넘기는 대신, 경영권을 갖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포철의 한 관계자는 “공기업인 포철이 코오롱 주식을 사게 되면 가뜩이나 민감한 정치권 상황으로 특혜 논란을 빚을 우려가 있어 자제하고 있다”며 “다만 경영권은 포철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오롱측도 “현재는 포철과 에어터치간에 경영권 향방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현재 에어터치가 경영권 참여를 주장해 포철이 다소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통신업계에서는 빠른 시일 내에 포철이 소액주주 또는 코오롱의 나머지 지분을 인수해 다시 최대 주주로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경영권을 챙기는 방향으로 일단락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세기통신이 그 동안 경영권 갈등으로 후발 개인휴대통신(PCS) 업체에도 뒤지자 대주주들이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동전화 시장 재편

신세기통신의 경영권 단일화는 당장 이동전화 시장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SK텔레콤(011)·한통프리텔(016)·LG텔레콤(019)·한솔PCS(018) 등 휴대폰 4사가 신세기통신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통프리텔측은 “국내 최대의 흑자 공기업인 포철이 돈을 쏟아 부으면 신세기통신에 당할 사업자가 없을 것”이라며 “철강 전문 공기업이 통신사업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통신업계는 특히 IMT2000사업자 선정에 신세기통신이 복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통신업계 주변에서는 IMT2000 사업자로 국내 최대 휴대폰 회사인 SK텔레콤 , 한국통신과 연합하는 한통프리텔, 데이콤·하나로통신의 최대 주주인 LG텔레콤 등 3개 업체 정도를 꼽았다.

그러나 신세기통신이 포철이나 에어터치 어느 쪽으로든 경영권이 단일화되면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어 허가 담당부처인 정보통신부가 외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SK텔레콤도 이를 인정하면서 “특히 에어터치로 넘어가면 외국인 투자유치나 통상문제 차원에서 정부가 신세기통신에 사업권을 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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