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고1에 대한 조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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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기말고사가 끝나고 12월 초부터 다음 해 2월 말까지 3개월은 학생들에게 초등학교 졸업 후 가장 많은 자유시간이 생기는 시기다. 이 시기는 사실 청소년의 정서나 인지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때다. 이 때 무엇을 하게 해야 할까? 자발적으로 무엇인가를 한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평범한 학생들과 그 학부모님들을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할까 한다.

첫째, 다양한 진로 탐색이다. 좀 더 쉬운 말로 하자면 적성 찾기, 또는 목표의 설정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방법이다. “불과 3개월 남짓 동안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가”라는 반문에, 여기서의 탐색은 직접적인 것이 아니라 간접적인 것, 즉 책읽기를 의미한다고 말하고 싶다. 꼭 학습과 관련된 것일 필요는 없으며 고전일 필요도 없다. 단, 어떤 방법으로든 검증된 것이라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본인이 읽고 싶은 것 중 부모가 골라줘야 한다는 점만 명심하자.

둘째, 학습습관 형성이다. 공부는 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해야 하며, 그것도 전체적인 계획 하에 이뤄져야 한다. 어쩌면 처음에는 터무니없는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그러나 책망하지 말고 내버려둬라. 다만 일주일 단위로 아이와 계획대로 이뤄졌는지 검토하고 학생 스스로 본인에게 맞는 계획을 다시 세우게 해야 한다. 그 다음 단계는 학습시간을 조금씩 늘리는 것이다. 절대 강제적 이어서는 안 된다. 공부를 하고 실력 향상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면 욕심이 생길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레 공부시간은 늘어난다. 명심할 것은 칭찬에 인색하지 말라는 것이다. 일부러 칭찬거리를 만들어서라도 해야 한다. 또 잔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 야단칠 게 있다면 모아서 한번에 논리적인 대화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미리 약속된 벌칙을 가해야 한다.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아이들에게 내 얘기를 듣지 말라는 것과 같다.

셋째, 적어도 수학과 영어만은 공부해야 한다. 수학의 경우 너무 많은 선행학습은 학생에게 쓸데없는 자만심만 주게 돼 학교수업을 등한시하게 만든다. 따라서 반 학기 정도의 선행이 필요하다. 대개 고등학교 올라가서 보는 수학 중간고사 평균은 50점을 넘지 못하므로 선행을 안 해두면 자신감이 점점 떨어지게 되고 수학을 따라가는데 많은 시간이 걸려 다른 과목 점수도 동반 하락하게 되기 때문이다. 영어는 선행의 의미가 별로 없지만, 전혀 하지 않을 경우 흥미마저 잃게 되므로 적어도 영단어의 꾸준한 암기와 듣기는 학습습관으로 잡혀 있지 않으면 안된다. 의외로 수학보다 영어가 돼 있지 않아 입시에서 고생하는 학생들이 많다. 영어는 언제든지 하면 할 수 있다는 오만함 때문이다. 초반에 틀을 잡지 않으면 절대 단기간에 성적은 오르지 않는다.

과거는 현재고, 현재는 미래다. 과거를 지울 수는 없지만 현재를 바꿀 수는 있다. 그리고 그것은 미래가 된다. 이 중요한 시기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과거를 반성하는 것이고, 그것을 기반으로 현재를 바로잡는 것이다. 그러려면 동기가 필요한데, 그것은 미래의 자기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계획을 지켰든 못 지켰든, 성과가 있든 없든 후회하지는 말자. 다만 반성과 실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만은 잊지 말자.

<김석권 대성n학원 잠실직영본원 고등부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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