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티븐스 대사 - 샤프 사령관, 연평도 사격훈련 앞둔 18·19일 청와대 방문의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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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이 연평도에서 사격훈련을 실시하기 전날인 지난 19일 정오쯤. 남북 간의 긴장이 극에 달한 이날 청와대 인근 모처에서 캐슬린 스티븐스(사진 왼쪽) 주한 미국대사·월터 샤프(오른쪽)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이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 마주 앉았다. 전날에도 청와대를 찾은 두 사람은 긴장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한국군의 연평도 훈련 상황이 어떻게 돼 갑니까. 예정대로 실시합니까?”

 “그렇습니다.”

 고위 관계자는 명확히 말했다. 두 사람이 재차 물었다. “북한이 훈련에 대해 세게 반응할 경우, 한국군은 얼마나 확실히 응징할 수 있습니까.”

 고위 관계자는 더 분명한 어조로 답했다. “우리 군이 확실한 대비를 해뒀습니다. 강력하게 응징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미국)이 북한에 하려는 외교가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훈련) 의지를 굳건히 보이고, 북한이 그래도 대들면 확실히 응징해야 합니다.” 그러자 두 사람은 “한국의 의지가 굳건함을 충분히 이해한다. 미국은 한국과 확실히 함께 가겠다”고 다짐했다.

 외교 소식통은 20일의 연평도 사격훈련을 앞두고 이뤄진 한·미 연쇄 협의에서 양측이 이런 대화를 나눴다고 소개했다. 샤프 사령관·스티븐스 대사를 만난 청와대 관계자는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일부에서 공개된 것과 달리 미측 두 사람은 군의 연평도 훈련에 대해 반대나 우려를 표시한 것이 아니라, 훈련을 정말 예정대로 실시할 것인지 여부만 물어본 것”이라며 “다만 두 사람은 훈련이 실시될 경우 (연평도의 긴장) 상황이 악화(escalation)될 가능성에 대해선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하지만 두 사람은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분명한 답변을 듣자 ‘한국의 의지가 이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미국은 전적으로 한국을 지원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기색이 역력했다”며 “이에 따라 미국 측은 정부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연평도 훈련 현장에 주한미군 19명을 보내는 한편 ‘그 밖에도 지원해줄 것은 없느냐’고 묻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 외에 유엔사 소속원들도 연평도 훈련 참관단에 합류했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신경이 크게 쓰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한·미 고위급 연쇄 회동 배경에 대해 “원래 이런 (위기)상황에선 훈련 계획이 마지막 순간 변경되는 수도 있기 때문에 정부는 훈련 실시 직전 한미연합사령관과 주한 미대사와 협의를 자주 한다”며 “특히 이번 훈련을 전후해서는 한·미 간 의사소통이 더욱 잘 됐다”고 말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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