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서갑숙의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자신의 성적 체험을 적나라하게 공개한 탤런트 서갑숙(38)
씨의 자전 에세이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중앙 M&B)
가 뜻밖의 화제가 되고 있다.

서씨는 지난 13일 출간된 이 책에서 우울했던 자신의 젊은 날을 들려주는 과정에서 섹스의 체험을 망설임없이 털어놨다. 친구와 함께 한 남자의 성을 나눈 이야기에서부터 동성애, 강간 등을 거침없이 들려주고 있는 것.

이 책이 `뜻밖의 화제'라고 표현한 것은 본인은 물론 출판사도 예상치 못한 신드롬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 측은 '지난해 한 문예지에 낸 서씨의 글이 괜찮아 단행본용으로 원고를 써달라고 했다'면서 '그러나 막상 받아본 원고는 황당할 정도여서 출판 여부를 놓고 한동안 망설였다'고 말했다.

서씨는 매우 강렬한 내용의 글을 제출했고, 책에 자신의 나체사진도 넣어달라고 대담하게 주문하더라는 것. 출판사 측은 고민 끝에 내용의 강도를 낮추고 사진도 게재하지 않는 선에서 출판키로 결정했다.

애초에 출판사는 사회분위기상 4만부 정도는 팔리지 않겠느냐고 봤고, 저자 서씨도 그 정도로 예상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출간 10일도 못돼 4만부 가량이 불티나게 나가더라는 것.

이같은 `이상열기'에 출판사 측은 내심 즐거운 비명을 지르면서도 애써 태연해 하는 등 표정관리에 신경쓰고 있다. 당초 몇차례의 광고를 내려 했으나 입소문 속도가 워낙 빨라 이를 보류할 정도.

언론의 경우 종합일간지가 대부분 이 책을 외면하는 가운데 한 신문이 성의 공론화 측면에서 해석하고 있다. 반면 스프츠신문과 여성지는 황색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본다. 달리 말해 후자가 `아무개가 벗었다더라'에 치중하고 있다면 전자는 `벗긴 벗었는데, 왜 벗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출판사 측은 주 독자층이 30대와 40대라는 점을 들어 성문화의 이중성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예상 외로 강하다는 쪽으로 관심을 몰아가려 한다. 실제로 10대나 20대들은 영화나 비디오, 만화 등에서 다 본 것일뿐 별게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는 반면 청장년층은 그 파격에 통쾌함마저 느낀다는 얘기다.

일반의 성적 관심도가 이미 상상을 넘었다는 데서 이유를 찾으려는 시각도 있다. 소설의 경우 젊은 여성작가들이 근래들어 베스트 셀러를 장악하고 있는데, 소재가 대부분 결혼여성의 혼외정사, 이혼 등이 주류를 이룬다. 다시 말해 픽션을 통해 성적 금기를 깨려는 경향이 그동안 뚜렷이 나타났고 서씨의 책이 이런 기반 위에서 관심을 모으게 됐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저자는 '우리는 밝은 대낮에는 감히 입에 올리기 어려운 `퇴폐적'이고 `은밀한' 것으로 성을 여기고, 섹스도 정신적 사랑에 따라오는 부속품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정신적일뿐 아니라 육체적인 것도 똑같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진리를 몸으로 체득해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서씨는 그러면서 '지난해 새로운 사랑을 만난 나는 난생 처음으로 섹스의 즐거움과 진정한 사랑의 기쁨을 알게 됐다'고 털어놓고 '사랑에 대한 혼란과 좌절감을 넘어 환희의 날을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혼자만 알고 있기 벅차 책으로 냈다'고 덧붙인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성담론화라는 그럴듯한 외피를 걸쳐입고 사실상 성을 상품화하고 있을뿐 아니라 오히려 성적 가치관을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는 오는 26일 정기회의를 열어 이 책의 유해성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국내 최대서점인 교보문고가 이 책이 사회윤리적으로 해롭다고 자체 판단하고 전량 반품한 것도 주목할만하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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