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 시장에도 온기 돈다"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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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목의 따뜻한 기운이 웃목으로 퍼진 것일까. 서울·수도권의 아파트 분양권 시장에 온기가 돈다. 분양권에 대한 매수 문의가 늘고 거래도 이뤄지면서 웃돈(프리미엄)도 형성되고 있다.

최근 들어 주택 거래량이 늘고 집값이 하락세를 멈추는 등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덕분으로 풀이된다.

웃돈만 1억~2억원인 단지도

서울 재개발·재건축 분양권 가운데는 웃돈(분양가 외에 얹어주는 프리미엄)만 1억~2억원을 호가하는 단지도 생겼다.

요즘 분양권 시장은 서울 재개발·재건축 단지와 수도권 중소형(전용 85㎡ 이하) 아파트가 주도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 래미안e편한세상 전용 84㎡형은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일반분양분의 분양가보다 3000만~4000만원 싼 매물이 많았으나 12월 들어 분양가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신성공인 전용호 사장은 “전셋값이 계속 뛰자 하반기 들어 전세 수요가 매수로 돌아서면서 분양권 값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마포구 래미안공덕5차는 최근 웃돈이 2000만원 정도 올라 전용 59㎡형은 5억2000만원을 호가(부르는 값)한다. 분양가가 11억원 정도였던 서울 반포동 힐스테이트 전용 84㎡형의 경우 거래 가능한 조합원 매물이 13억5000만원에도 나온다. 주변 중개업소들은 일반분양 물량이 저층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웃돈만 2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수도권에서도 중소형 위주로 분양권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인천 남동구 만수동 휴먼시아 전용 74㎡형은 연초까지만 해도 웃돈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3000만~4000만원이 붙어 2억5000만원 정도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분양가 이하 매물이 수두룩했던 인천 청라지구 중대형(전용 85㎡ 초과)도 입지여건이 좋은 단지를 중심으로 분양가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입주가 임박한 중소형(등기 후 거래 가능한 물량) 분양권에는 3000만원 정도의 웃돈이 형성됐다.

이처럼 분양권 시장이 움직이는 것은 무엇보다 주택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이 바닥을 치고 본격적인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는 것이다. 내년에는 입주 물량 급감으로 전세난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매수세를 자극하고 있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전반적으로 거래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서울 전세 수요자들이 값이 싼 수도권 중소형 분양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양권 회복세가 광범위하게 확산되지는 않고 있다. 매수세가 아직은 국지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서울 용산구 굿모닝공인 조은주 사장은 “분양가가 싼 아파트 중소형 위주로만 매수세가 움직이고 있다”며 “중대형이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비쌌던 단지는 아직도 외면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분양가가 5억7000만원 선이었던 김포 한강신도시의 A아파트 전용 140㎡형은 5억원대 초반에도 매물이 나오지만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시티프라이빗뱅크 김일수 부동산팀장은 “아직은 집값 반등 신호가 약하다"며 "반면 서울·수도권 미분양 아파트가 늘고 있어 분양권 시장이 살아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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