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음악의 대가 황병기(74) 명인은 처음 만난 사람에겐 선뜻 말문을 열지 않는다. 그래서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지만, 친해지고 나면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재미있는 분이다. 가야금 연주를 할 때 혼신을 다하는 침묵의 표정과 이야기꽃을 피울 때 생기 넘치는 표정은 사뭇 다른 것처럼, 황 선생은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아방가르드한 음악을 하는 음악가답게 전혀 다르면서도 서로 통하는 세계를 품고 있다.
PORTRAIT ESSAY 이은주의 사진으로 만난 인연
황병기 선생의 공연사진 촬영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촬영 중 하나다. 아름다운 가야금 선율을 만나는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2005년 미국 LA 디즈니 콘서트홀 공연에는 우연히 여행지가 일치해 예정에 없던 촬영을 하기도 했다.
황 선생은 본인의 공연표 값이 얼마인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는 주변 사람 누구에게도 굳이 공연한다고 광고하지 않는다. 그래도 언제나 관객은 만원이다. 작품을 소유하려 하지 않고 여러 사람과 함께 공유하려 하는 그의 음악정신이 늘 자석처럼 관객을 끌어 모으는 것이다.
이은주씨는 1981년 제30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사진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국내외에서 개인전을 20여 회 했다. 저서로 사진집『108 문화예술인』 『이은주가 만난 부부 이야기』 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