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폭력사태, 걱정되는 2002 월드컵

중앙일보

입력

20일 대구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에서의 관중-선수간 최악의 경기장 폭력 발생으로 경기장 질서가 이래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빗발치고 있다.

특히 이번 폭력사태는 2002월드컵축구대회와 2002부산 아시안게임을 채 3년도 남기지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것이어서 차제에 경기장 질서를 바로잡는 확기적인 대안이 마련돼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있다.

20일 대구에서 벌어진 폭력사태는 관중과 선수 관계자 모두가 얼마나 경기장 질서에 무관심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한국스포츠가 경기력만 향상됐을뿐 관람질서면에서는 후진국중의 후진국임을 입증한 사례였다.

국내 스포츠에서의 무질서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고 그동안 큰 행사가 있을때마다 지적돼왔다.

선수와 심판간의 불신, 팀관계자와 심판간의 폭행사태, 선수간의 폭력사태 등은그동안 정도의 차이는 있었으나 늘 있어 왔고 급기야는 선수와 관중간의 충돌로 발전된 것이다.

관중폭력이 가장 빈번한 종목은 아무래도 지역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다.

지난 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이듬해 감독이 심판을 폭행해 구속되기도 했고 86년 한국시리즈 3차전당시 역전패당한 데 승분한 대구 야구팬들에 의해 해태 타이거즈 45인승 리무진버스에 불길에 휩싸였으나 관중들이 소방차 접근까지 막는 등 충격적인 사고가 잇따랐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경기장 폭력을 자제할 것을 담화문으로 발표했지만 89년 5월 대전에서도 관중이 그라운드에 뛰어들어 심판을 폭행하기도 했으며 부산에서는 쓰레기통 등이 경기장 안으로 쏟아져 야구팬 1명이 쇼크사하기도 했다.

특히 대구사태처럼 프로스포츠에서 선수가 관중에게 폭력으로 맞선 것은 '상품이 고객에게 발길질을 한 것'과 다름없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같은 국내 스포츠의 폭력은 프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레슬링의 경우 지난 97년 국가대표선발전에서 라이벌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뒤엉켜 난투극 직전까지 갔는가하면 올해 9월 추계중고축구연맹전에서는 태성고 감독이 선수와 학부모,학생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심판의 뺨을 때리는 등 주먹질을 해 영구제명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유도 등에서도 용인대-비용인대간 몸싸움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등 경기장문화는 흔히 '합격점 이하'를 받고있다.

스탠드의 관중 또한 문제다. 이미 경기가 끝난 뒤 지저분한 쓰레기를 양산하고 있는 전국 주요도시의 야구장은 물론 잠실 주경기장의 경우도 지난 7일 한-중전이후 축구팬들이 버리고 간 음료수용기,휴지와 응원용품 등 각종 쓰레기만 15톤 대형트럭으로 무려 4-5대분에 달해월드컵 공동개최국다운 관전문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

프로축구 역시 최근 새로운 응원패턴이 정착, 대규모 응원단이 동원되고 있으나막대풍선 등이 경기가 끝난 뒤 어지럽게 널려있기는 마찬가지.

위해가능성이 큰 폭죽이나 사제 로케트포까지 개발,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훌리건의 횡포에 비하면 정도는 덜하지만 국내 관중들의 몰상식한 관전문화는 팬 스스로를 불편하게하는 행위임에 틀림없다.

프로축구의 경우 관중난동이 일어난 경우 홈 팀에 벌금 2백만원을 부과하고 프로야구도 상벌위원회에서 제재금 수위를 조절하고 경찰 또는 청원경찰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 투입되고 있지만 소극적인 경비로는 효과적인 관중질서유지가 불가능해보다 효과적이고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문화관광부 등 정부가 폭력사고가 생길 때마다 대한체육회 또는 한국야구위원회등에 공문을 보내 재발방지책을 세우도록 지시했으나 경기단체나 구단,경찰 모두 관중들의 우발적인 폭력에 즉각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의 합리적인 관전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이다.

스스로가 스포츠를 아끼고 즐기는 문화가 정착돼야 비로소 스포츠 관전문화가 꽃을 피우게되는 것이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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