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나누면 아산의 미래가 밝아집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21일 오후 아산시 권곡동의 한 허름한 옷 가게가 북적이고 있었다. 하지만 여느 옷 가게와는 좀 다른 분위기다. 옷값이 턱없이 저렴한 것도 그렇고 좁은 매장 안에 신사복, 숙녀복은 기본이고 아동복에 교복까지 진열돼 있는 모양이 평범치 않다. 이곳은 노동부 인증 예비사회적기업 ‘나눔가게’ 매장이다.

글=장찬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나눔가게는 재활용품을 팔아 수익을 남긴다. 그러나 번 돈을 집으로 가져가는 직원은 한 명도 없다. 수익금 전액을 지역 아동센터, 조손가정 등을 지원하는데 쓴다. 왼쪽부터 이진숙 대표, 이경자·양복란·김산순 나눔지기, 강상희 나눔팀장. [조영회 기자]

나눔을 실천하는 사업을 하다

나눔가게는 쓸모는 있지만 버려지는 옷가지며 소품들을 기부 받아, 이를 깨끗하게 손질해 필요한 사람에게 되파는 가게다. 판매 수익금은 기본적인 운영비(인건비는 노동부에서 지원)를 제하고 전액 지역아동센터나 조손 가정 등을 지원하는데 쓰여 진다.

 지난해 6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노동부 인증을 받아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나누미 지역아동센터 이진숙 센터장과 교사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사업체다. 재사용과 나눔을 생활화해 환경을 보존하고 얼마의 수익이 생기면 센터 아이들을 위해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눔가게 일꾼은 모두 7명. 엄연한 사업체여서 사장(대표)은 있지만 종업원 모두 동등한 위치에서 일을 한다. 하지만 시키는 사람 없어도 자꾸 일을 만든다. 처음엔 단순히 물품을 기부 받아 필요한 사람에게 되파는 일만 했지만 수익을 더 내기 위해서 몇 가지 사업을 추가했다.

 기부 받은 옷가지 등을 좀 더 잘 팔리게 하느라 세탁하고 손질하다, 일부 헌 옷을 가방이나 앞치마로 만들어 판매하니 호응이 좋았다. 이렇게 시작한 리폼 제품이 현재는 50여 종에 달한다. (판매하는 옷가지는 1500여 벌에 달한다)

고사리 손 딱지 가방을 만들다.

최근에는 일선 학교 방과 후 교실 수업을 한다. 쓰다 버려지는 옷가지 등을 활용해 쓸모 있는 물건을 만드는 바느질 교육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차분하게 한 땀 한 땀 바느질해 가며 완성품을 만들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또 다른 기쁨을 맛보고 있다.

 열심히 만든 파우치는 딱지가방 삼고, 앞치마를 만들어 엄마나 여자 친구 등에게 선물하는 모습을 보며 새삼 ‘나누면 행복해진다’는 진리를 되새긴다. 주부들을 위한 실용 미싱교육도 한다. 직접 본인의 바지, 치마 등을 이용해 가방이나 방석 같은 물건을 만들어 가거나 기증할 수 있도록 돕는 수업이다. 기초부터 가르치기 때문에 누구나 참여 할 수 있다. 주민센터 등에서 요청이 있으면 출장교육도 한다.

 교복 다 모여라

나눔가게는 올 1월부터 새롭고 의미 있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교복 물려주기 사업이다. 졸업해 쓸모 없어지거나 작아져 입기 어려운 교복을 나눔가게에 내놓으면 손질 후 필요한 소비자에게 대신 팔아 준다. 교복을 내 놓은 사람은 판매 금액의 20%만 나눔 가게에게 기부하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가져 갈 수 있다.

 교복이 쉽게 해지고 찢어지기 때문에 물려주는 교복을 예비용으로 장만하려는 학부모들이 많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비싼 교복을 제값 주고 두벌씩 장만하는 것보다 훨씬 실용적이고 경제적이다.

산타클로스 다 모여라

나눔가게는 21일을 기부천사의 날로 정해 조촐한 행사를 마련했다. 그동안 많은 물품을 기증한 ‘산타클로스’와 도움을 준 관계자들을 초청해 간단한 다과도 나누고 교복 나눔 사업도 홍보하고 바자회도 열었다. 이날 바자회를 위해 삼성전자 탕정사업장 임직원들이 400여 벌에 달하는 옷을 기부해 줬다. 이날 바자회 수익금은 전액 지역 아동센터 아이들을 위해 쓰여 진다. 나눔가게 일꾼들은 앞으로 다양한 수익 사업을 벌여 나갈 계획이다. 단체 조끼도 만들어 팔아 볼 생각이다. 기부를 독려하기 위해 버려지는 현수막으로 시장바구니를 만들어 무료로 나눠 줄 계획도 가지고 있다. 나눔가게 강상희 팀장은 “돈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은 아니다. 돈을 바라고 모인 사람들도 아니다. 그렇지만 돈을 벌어야 형편이 어려운 많은 아이들을 많이 도와 줄 수 있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고 있다. 기부가 많아지면 수익도 당연히 커질 것이다. 그만큼 아산의 미래도 밝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