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얼리 어답터 모십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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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LG유플러스의 김성철 과장은 요즘 ‘가욋일’로 바쁘다. 데이터망 운영이라는 본연의 업무 틈틈이 새 모바일인터넷전화 서비스 ‘유플러스 070 모바일’을 손수 써보고 보고서를 만들어 평가회의에 참석한다. 이달 초 시작한 사내 체험단의 일원이 된 뒤다. 그는 “직접적인 업무가 아니라고 무관심했던 서비스에 눈길이 많이 간다. 직원이 아니라 고객 입장에서 서비스를 평가해 상품 개선에 기여할 수 있어 보람 있다”고 말했다.

 #새 상품 봇물, SNS 입소문 중요해져

LG유플러스 사내체험단이 새로 출시한 IPTV 서비스 ‘유플러스TV 스마트7’을 써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 위). 팬택의 IT 기기 멀티숍 ‘라츠’에서 직원들이 아이폰용 체감형 비행조종 게임 ‘에어드론’을 시연하고 있다(사진 아래). [각 사 제공]

 정보기술(IT) 업계에 회사 안팎의 체험단이 유행이다. 올 들어 스마트폰·태블릿PC·스마트TV·동작인식 게임기 등 첨단 기기 관련 서비스가 봇물을 이룬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하니 신상품에 대한 피드백 속도가 중요해졌다. 예리한 소비자의 지적을 바탕으로 한 발빠른 개선과 업그레이드는 필수다. 트위터·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확산되면서 제품을 먼저 써 본 ‘얼리어답터’들의 체험기가 매출에 끼치는 영향도 커졌다. 새 기기나 서비스에 대한 거부감을 덜고 사용법을 좀 더 쉽게 익히게 하려는 뜻도 있다.

 LG유플러스는 피드백을 좀 더 전문적·효율적으로 하려고 사내 체험단을 시작했다. 아무나 되는 건 아니다. 지원 임직원 중 나이·성별·인맥은 물론 결혼 여부, 자녀 유무, 영업·마케팅 지식 등을 따져 한 상품당 20여 명의 체험단을 꾸렸다. 이들은 해당 상품을 출시 전 한 달, 출시 후 6개월간 써보며 서비스 개선 작업에 참여한다. 열심히 하면 1점당 1만원의 포상금을 받는 혁신마일리지 점수를 준다. 이진철 상무는 “다른 부서 출시상품을 ‘매의 눈’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라며 “ 시너지 창출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일단 써 보세요” 체험존 속속 등장

 업계는 소비자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손수 써볼 수 있는 유·무선 체험공간 마련에도 힘을 쏟는다. 팬택은 올 4월 IT 기기 멀티 브랜드숍 ‘라츠(LOTS)’ 사업을 시작했다. 최근엔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에 다섯 번째 매장을 냈다. 이훈 상무는 “요즘 IT기기 쇼핑 패턴은 1단계 오프라인 체험, 2단계 온라인 구매”라며 “쉽고 편하게 각종 기기를 체험해 보고 합리적인 구매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고객을 돕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KT는 한국철도공사와 손잡고 KTX 부산역사 3층에 아이폰·아이패드·디자이어HD 등 각종 디지털 기기를 써볼 수 있는 ‘코레일 멤버십 라운지’를 최근 열었다. 각종 온라인 이벤트도 진행한다. 1월 말까지 국내 데이터요금제 가입 고객이 해외에서 3세대 데이터·와이파이 로밍을 무료 체험하는 기회를, 2월 말까지는 온라인 장터인 ‘올레마켓’의 인기 유료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12종을 무료로 내려받는 행사를 한다.

 삼성전자 역시 최근 디지털프라자 경기도 남수원점에 국내 첫 ‘체험형 스마트TV 매장’을 선보였다. 모든 TV 제품을 벽면에 가득 진열하는 대신 내방객들이 화질 음향 등을 눈과 귀로 직접 판별하고 다양한 기능 콘텐트를 비교 경험하는 공간을 구성했다. 손정환 상무는 “다양한 제품 중 고객 필요에 딱 맞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게임기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는 23일 서울 용산 나진전자상가에 40평 규모의 ‘플레이스테이션 직영 체험존’을 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성탄절 시즌을 겨냥해 26일까지 이마트·홈플러스·하이마트 등에서 신형 게임기 ‘키넥트’ 체험 이벤트를 하고 있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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