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삭감 … 비상 걸린 대구경북연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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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구경북연구원은 대구시 수성구 중동로 대구파이낸스센터의 14, 18, 19층을 임대해 쓰고 있다. 독립건물이 없는 유일한 지역 연구원이다. 사진은 연구원들이 18층 대회의실에서 월요 세미나 겸 회의를 여는 모습. [대구경북연구원 제공]


대구시와 경북도가 공동으로 출연한 연구기관인 대구경북연구원(원장 홍철)이 경북도의회의 운영지원비 삭감으로 비상이 걸렸다.

 22일 경북도의회와 대구경북연구원에 따르면 도의회는 2011년도 경북도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정책기획관실이 제출한 연구원 운영지원비 30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대구시장과 경북지사가 공동으로 이사장을 맡고 있는 대구경북연구원의 올해 예산은 128억6000만원이다. 이 가운데 시·도가 출연한 지원금이 62억원으로 전체의 48%를 차지한다. 내년에 경북도의 지원이 중단되면 당장 20% 이상의 운영비가 모자라게 된다.

 대구경북연구원 측은 “전체 예산 중 대구시와 경북도로부터 지원받는 액수가 절반에 이르는 상황에서 이번 예산 삭감으로 운영 차질은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도의회는 예산안 삭감의 배경과 관련해 “경북도의 예산이 연간 수십억원 투입되지만 연구원의 활동은 대구에 집중돼 왔다”며 “경북도청 이전을 앞두고 경북만의 자체 연구원 설립이 필요하고 행정사무감사를 받지 않아 예산 사용 내용을 알 수 없는 점 등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의회는 특히 이달 초 해당 상임위원회인 기획경제위원회(위원장 장경식)의 예산 심사에서 운영비 30억원을 삭감하고 예산 사용 내역을 제출토록 했으나 10여 일이 지나서야 자료를 가져오고 내용도 충분치 않았다고 지적한다. 또 지원금의 규모는 지원 첫해 7억원에서 현재는 30억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연구원은 행정사무감사나 업무보고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구경북연구원은 두 개 광역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유일한 지역 연구원이기도 하다. 한동안 공동으로 연구원을 운영한 광주·전남은 도청을 옮기면서 분리시켰다. 도의회는 그래서 장기적으로 대구경북연구원을 분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도의회는 대구경북연구원이 외부에서 지적한 문제점을 고치려는 노력을 하고 진지하게 협의에 나선다면 예산 지원을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태도다.

 도의회 장경식 기획경제위원장은 “연구원이 납득할 만한 방안을 마련하고 도민을 위해 유익한 연구 성과를 낸다면 다시 예산을 지원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구경북연구원은 도의회의 처사에 당혹해 하면서 이해를 구했다. 대구경북연구원 서인원 기획경영실장은 “무엇보다 연구원을 대구 중심으로 운영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연구원은 그동안 ‘3대 문화권 문화생태관광기반 조성사업’ ‘백두대간 수목원’ 등 경북도의 굵직한 국책사업 수주에서 타당성 연구 등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또 행정사무감사를 받지 않은 것은 경북도의 출연금이 25%를 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대구시의회는 이달 초 대구시가 제출한 내년도 대구경북연구원 운영지원비 32억원을 의결했다.

송의호 기자

◆대구경북연구원=대구·경북의 지역개발 과제와 정책 대안을 체계적으로 조사·분석, 연구하는 공공연구기관이다. 1991년 6월 법인 설립 허가를 받아 본격 출범했으며 연구원은 현재 58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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