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습니다] 정현진 기자의 우주체험 캠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우주관제센터, 지금부터 우주정거장과의 도킹을 해제하겠다. 지구 귀환을 허가하기 바란다.”(배재용·경남 고성군 보성중 3) “여기는 우주관제센터, 태양열에 의한 선체 가열이 우려되니 배면비행에 들어가기 바란다.” 지난 16일 국립고흥청소년우주체험센터 우주왕복선 조정 체험관. 10여 명의 학생이 조정 컨트롤러를 움켜쥐고 있었다. 우주관제센터의 항공 유도 내용을 하나라도 놓칠까 초긴장 상태다. 화면 속 붉은 점으로 표시된 목표지점에 우주왕복선이 다가서자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5, 4, 3, 2, 1, 착지.” “야호~성공이다.”

글=정현진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직접 체험하며 우주비행사 꿈 키워요

청소년 성장 지원 진로 캠프에 참가한 한 학생이 우주왕복선이 지구 궤도에 진입 또는 탈출할 때의 상황을 재현한 저중력 체험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국립고흥청소년우주체험센터에서는 15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2010 청소년 성장지원 진로체험 동계캠프가 열렸다. 이 캠프엔 경남 고성군 지역 9개 중학교 75명의 학생이 모였다. 16일 첫 일정은 물로켓 체험이었다. 고흥군 앞바다의 찬 바닷바람에 얼굴이 얼얼해도 학생들의 시선은 50m를 훌쩍 날아가는 물로켓에 꽂혀 동요하지 않았다.

본격적인 우주체험은 오후 2시 남학생들부터 시작했다. 물로켓의 감동이 아직 남은 듯 학생들은 ‘우주체험은 어떨까’라는 기대감으로 한껏 부푼 모습이었다. 오드리(오최근·27) 지도교사의 인솔에 따라 5층 높이까지 뻗은 중앙 돔에 들어섰다. 이곳 지도교사들은 모두 우주와 관련된 별명을 쓴다. 슈팅스타(정상은·27), 아톰(이효동·29), 오로라(성가영·25·여) 등 재미난 별명들이다. 학생들이 교사를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친근감을 갖게 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은 10여 명씩 3개 편대로 나뉘어 우주비행사 훈련체험에 들어갔다.

4층 문워크 체험관에 3편대 학생들이 도착했다. 6개의 고강도 스프링을 이용해 체감 몸무게를 6분의 1로 줄여 달 위 중력을 체험하는 곳이다. 첫 순서는 김학로(상리중 3)군. 처음엔 긴장한 눈빛이 역력하더니 이내 재미있다는 듯 폴짝폴짝 점프하며 우주비행사처럼 걷는다. 이어 저중력체험관, 우주왕복선 조정, 우주임무 수행장비, 우주비행 적응장비 등 다양한 우주체험이 이어졌다. 최재성(회화중 3)군은 “정말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든다”며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고 신기해했다.

GPS 단말기로 미션 수행, 팀워크 길러요

같은 시간 여학생들은 GPS 미션 오리엔티어링을 위해 밖으로 나왔다. 오리엔티어링이란 지도와 나침반을 이용해 특정 지점을 돌아오는 시간을 겨루는 탐험게임이다. 이날 여학생들의 손엔 지도와 나침반 대신 손바닥 반만 한 크기의 GPS 단말기가 주어졌다.

“얘들아, 이것 봐, 숫자가 바뀐다.”(이진주·고성동중 3·여) 학생들이 5m만 움직여도 위도와 경도가 바뀌는 것을 보고 신기하다는 듯 모여든다. 다시 밖으로 나가자는 말에 연신 “안 돼~” 하고 소리치더니 GPS 단말기를 보고 다시 호기심이 발동했다. 4인 1조 팀을 짜 오리엔티어링이 시작됐다. 위도와 경도 정보만을 갖고 우주체험센터 주변 12곳의 목표지점을 찾아야 한다. 각 목표지점을 제대로 찾으면 20~40점까지 점수를 획득할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각 지점마다 과학 미션이 있다. 춘분·추분 날 일몰 시 해의 위치, 삼각비를 이용한 바다 위 돌섬 사이의 거리 측정 등 만만치 않은 문제들이 학생들을 괴롭혔다. 3시간여 탐험 끝에 고성동중 3학년 공다슬·이진주·김정주양과 김혜린(하일중 3)양의 ‘서민’조가 1000점 만점에 840점으로 1등을 차지했다. 공양은 “4명이 한 팀이 돼 서로 협력해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며 “함께 웃고 뛰면서 추운 것도 다 잊었다”고 즐거워했다. 다음 날 오전엔 남학생과 여학생이 서로 코스를 바꿔 체험했다.

평소 경험하기 힘든 이 체험으로 학생들은 무엇을 배웠을까. 마냥 즐거움만을 찾을 나이인 듯하지만 학생들은 자기 진로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최은영(고성여중 3)양은 “평소 이런 활동에 관심은 많지만 선뜻 나서지 못한다”며 “저렴한 비용의 진로·직업 체험 캠프가 더 늘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얘기했다. 김의영(보성중 3)군도 “여기 와서 막연하게나마 우주비행사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국립고흥청소년우주체험센터 고객지원부 정안철 차장은 “매달 가족 단위 캠프 등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체험 코스를 늘려가고 있다”며 “더 다채로운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