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숨은 화제작] 세이비어

중앙일보

입력

계약을 통해 전쟁에 참가하는 용병은 당사자 중 어느 편도 될 수 없다. 그는 전쟁터에서 자신의 '기술' 을 발휘할 수는 있을지언정 '애국심' 이나 '민족의식' 같은 것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쩌면 용병이야말로 전쟁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위치일지도 모른다. 회교도의 폭탄 테러로 가족을 잃고 보스니아전에 세르비아군으로 참가한〈세이비어〉(새한.18세 관람가)의 주인공 조슈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의 회교도에 대한 분노야 어느정도 이유있는 것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에서 자신을 지탱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파리에서 발생한 회교 테러리스트의 폭탄 테러로 아내와 아들을 잃은 미국 대사관 직원 조슈아는 회교사원에 들어가 사람들을 무차별 살인한다. 이어서 그는 '가이' 라는 이름으로 세르비아 용병에 자원, 보스니아로 파견된다. 그러던 중 그는 회교도 군인에게 성폭행당해 만삭의 몸이 된 세르비아 여인 베라를 집으로 호송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세르비아 병사가 회교도 아이를 임신한 베라를 세르비아의 수치라며 살해하려 하자 화가 난 조슈아는 그를 죽이고 만다. 조슈아는 집에서 내몰린 베라와 함께 세르비아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전쟁에서 객관적인 시각이란 존재하지 않는 법. 영화의 양비론적 시각 탓에 '전쟁은 나쁜 것' 이라는 메시지를 넘어서지는 못한다.〈플래툰〉등 베트남전을 집요하게 다뤄온 올리버 스톤이 제작자로 참여했다. 유고슬라비아 출신 피터 안토니제빅 감독.'이너 스페이스' 등의 데니스 퀘이드, 나스타샤 킨스키가 주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