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정식 같았던 박근혜 복지 공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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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회의원 80여 명과 지지자 400여 명이 몰렸다. 장광근·원희목·강승규·고승덕 등 친이계 의원들도 눈에 띄었고, 민주당 이용섭 의원도 참석했다.

 축사에 나선 박희태 국회의장은 “산업화와 민주화에 이어 복지대국은 피치 못할 우리의 운명”이라며 “유력한 미래권력이신 박 전 대표께서 오늘 한국형 복지를 기수로 취임하시는 날”이라고 했다. 마치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20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사회보장법 전부 개정을 위한 공청회’ 얘기다. 박 전 대표는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란 이분법이 아니라 둘이 함께 가야 하고 전 국민에게 각자 평생 단계마다 꼭 필요한 걸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정책 비전 발표 주제로 복지란 주제를 택한 건 박 전 대표의 선택이라고 한다. 우파의 차기 유력 주자로 꼽히는 그가 좌파가 주로 관심을 갖는 ‘복지’를 정책 차별화 전략으로 구사한 셈이다. 박 전 대표는 1977년 선친인 고 박정희 대통령을 설득해 근로자 의료보험을 도입하게 했을 만큼 복지국가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이날 제시된 개정안의 골자는 모든 국민이 생애 주기별로 겪게 되는 다양한 위험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국가가 단계마다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았다. 일종의 평생 사회 안전망 구축이다.

 특히 공청회에선 박 전 대표의 복지정책 브레인들이 공개됐다. 발제에 나선 성균관대 안종범 교수와 서울대 최성재·안상훈 교수 등이다. 재정학자인 안종범 교수는 2007년 경선 때부터 박 전 대표를 도운 핵심 정책 멤버다. 최 교수는 노인복지 전문가이며, 안상훈 교수는 스웨덴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로 유럽형 복지국가론에 정통하다. 안상훈 교수는 박 전 대표와 가까운 김기춘 전 의원의 사위이기도 하다. 공청회 사회를 맡은 이혜경 연세대 교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인물로 진보 성향으로 꼽힌다.

 안종범 교수는 이날 박 전 대표의 사회보장법 개정안에 대해 “평생 생활복지, 생애 주기에 맞는 맞춤형 복지가 핵심”이라며 “아무리 복지를 확충해도 사각지대가 많거나, 전달체계가 효율적이지 못하거나, 부처 간 칸막이가 많으면 통합적 운영이 안 된다. 모법(母法)인 사회보장기본법을 개정해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꿔보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이가영·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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