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총리 “윤리심사 나와라” … 오자와 “출석할 이유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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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와 이치로, 간 나오토(왼쪽부터)

“정치와 돈 문제는 국회 운영이나 선거에 마이너스다. 중의원 정치윤리심사회에 출석해달라.”(간 나오토 총리)

 “정치윤리심사회에 출석해야 할 이유 없다. (내각 지지율 추락 이유가) 정치자금 문제뿐이냐.”(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

 20일 한자리에 모인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전 간사장은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총리와 민주당 내 최대 계파를 거느리는 정치 실세의 만남이어서 일 언론들은 ‘(실력자들의) 담판 회담’이라며 주목했다. 하지만 이날 만남은 예상대로 결렬됐다. 이 자리에 동석해 오자와를 몰아붙일 것으로 예상됐던 민주당의 또 다른 실세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도 불참해 절반쯤 김도 빠졌다.

 간 총리는 오자와에게 정치윤리심사회에 출석해 정치자금 문제에 대해 직접 설명할 것을 거듭 요청했다. 이에 오자와는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윤리심사회에 스스로 참석할 이유가 없다”는 내용의 사유서를 총리에게 건넸다. 사흘 전 오카다 간사장에게 전달했던 문서였다. 오자와는 회동에서 간 총리가 “현 국회 운영이나 각종 선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자 “꼭 내 문제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간 총리는 오자와가 과거 정치자금 문제와 관련,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던 사실을 지적하며 “(정치윤리심사회의 결의에) 따르겠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오자와는 “결의가 있어도 따르지 않겠다”고 맞섰다. 간 총리는 “그렇다면 당은 어느 방향으로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치윤리심사회의 출석을 요구하는 결의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민주당 내 오자와 측근들은 간 총리의 실정은 물론 잇따른 지방선거 패배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다. 심지어 야당이 요구하는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의 경질까지 주장하고 있다. 정치윤리심사회 결의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결의가 이뤄져도 오자와가 출석을 거부하면 그만이다. 간 총리와 당 지도부는 그럴 경우 오자와에게 탈당을 권고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오자와 측은 조만간 의원총회를 열어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진 간 정권에 대한 성토 대회를 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당이 양분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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