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인트 레슨] 물가연동채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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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최근 물가 상승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저축이나 투자를 결정할 때 물가가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만일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이를 헤지할 수 있는 투자상품 수요가 늘어날 게 확실하다. 정부가 최근 2년 만에 재개한 물가연동채 발행은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물가연동채권이란 국채의 원금과 이자를 물가에 연계시킨 채권이다. 물가가 오르든 떨어지든 상관이 없는 일반 채권과 달리 원금이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소비자물자지수에 따라 변동 고시된다. 물론 표면금리는 움직이지 않고 고정돼 있다. 물가가 상승해 원금이 증가하면 원금에 표면금리를 곱해 지급되는 이자도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표면금리 2.75%로 6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하는 경우를 보자. 100만원을 투자한 후 1년 뒤 물가상승률이 4%라면 원금은 104만원이 된다. 이자는 원금 104만원에 표면금리 2.75%를 곱한 것의 6개월치인 1만4300원이 된다.

 물가연동채권은 실질구매력을 보존해 주는 것 외에 절세효과가 있다. 원금증가분은 과세되지 않고 이자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기기 때문이다. 또 10년 이상 장기채여서 이자소득에 대해 분리과세 세율 33%가 적용되는 혜택이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의 최고세율인 38.5%를 적용받는 자산가라면 이 채권으로 절세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물가연동채는 법인은 물론이고 개인도 증권사 창구에서 쉽게 사고팔 수 있다. 과거와 달리 물가 하락 시에도 채권의 액면가가 보장되기 때문에 손실 가능성은 사라졌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다만 중도 환매가 잘 안 돼 환금성이 떨어지는 단점은 있다.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가 단기차익보다는 장기 보유 목적으로 투자해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물량이 얼마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개인의 경우 증권사에서 재매입을 해주는 관계로 환금성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물가 상승이 예상과 달리 미미할 경우 기대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이 채권을 재발행하기 시작한 것 자체가 물가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품이다.

이재호 미래에셋증권 자산운용컨설팅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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