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 ‘델피르와 친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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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시청 앞 광장. 거리의 자동차 행렬도, 행인들의 발걸음도 모두 정지되고 오직 두 남녀의 열정적인 사랑만이 세상에 존재하는 듯하다. 파리 시청 앞에서 뜨거운 키스를 나누는 연인의 모습이 담긴 이 사진은 1950년 미국의 사진 잡지 ‘라이프’에 실린 이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키스 사진이 됐다. 사진가 로베르 드와노의 작품인 ‘시청앞 광장에서의 키스’가 서울에 왔다.

지난해 ‘아를 사진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올해는 유럽사진미술관에서 대대적인 전시를 마친 ‘델피르와 친구들’이 해외 첫 순회전시로 한국을 찾은 것이다. 세계적인 사진 서적 출판인이자 전시기획자, 예술디렉터, 영화제작자로 활동하며 ‘사진의 미다스 손’이라 불리는 로베르 델피르의 사진 인생 60년을 정리하는 사진전으로, 그의 동료들이 헌정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에서는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로버트 프랭크, 요세프 코우델카,로베르 드와노, 윌리엄 클라인, 헬무트 뉴턴, 르네 뷔리, 레몽 드파르동 등 거장 50여 명의 주옥 같은 오리지널 프린트 185점과 사진책 150권, 4편의 영화가 전시·상영된다. 전시장은 도서관·영화관 컨셉트로 구성돼 풍성한 볼거리와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유명 작품과 화려한 광고 영상도 관람

전시는 크게 네 섹션으로 나뉜다. ‘사진의 역사와 만나다’에서는 델피르가 15년간 몸담았던 국립 사진센터에서 작업한 초기 작품부터 사진계 거장들의 작품까지 전시된다. ‘신화가 된 사진을 만나다’ 섹션은 카르티에브레송의 ‘결정적 순간’, 드와노의 ‘시청 앞에서의 키스’, 코우델카의 ‘멈춰버린 시계’, 살가두의 ‘찬란한 아프리카’, 뉴턴의 패션 사진 등 세계적인 유명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세기의 사진책을 만나다’에서는 이제는 전설이 된 프랭크의 ‘미국인들’ 초판본부터 이미지 전달자 델피르가 만든 세기의 사진책이 전시된다.‘영화로 만나는 거장의 숨결’ 섹션에서는 사라 문 감독의 ‘이미지 전달자, 델피르의 초상’과 ‘프랑스 화가 자크 모노리 이야기’, 클라인의 ‘무하마드 알리’와 ‘폴리 마구, 당신은 누구십니까’ 등 최고의 단편 영화와 델피르가 제작한 화려한 광고 영상을 볼 수 있다.

특별 프로그램인 ‘나만의 첫 번째 사진집 만들기 워크숍’과 겨울방학 특집 ‘포토워크 북’, 부모와 함께하는 ‘가족앨범 만들기’ 등은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전문 큐레이터가 해설하는 도슨트 프로그램(매주 화요일 오후 5시)에 참여하면 전시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내년 2월 27일까지 전시되며 관람료는 성인 1만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5000원이다. ▶문의=02-710-0765 / www.delpirekorea.co.kr

[사진설명]ⓒ로베르 드와노/감마 라포, 시청앞에서의 키스, 1950

< 하현정 기자 happyha@joongang.co.kr >
[사진=델피르와 친구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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