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중 가족여행 이렇게

겨울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맘때쯤 되면 방학 때 떠날 국내외 여행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한 가정이 많다. 하지만 부모가 목적지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는 ‘부모 중심의 여행’이 대부분이다. 이번 방학에는 자녀 스스로 여행을 직접 디자인해볼 수 있게끔 해주면 어떨까. ‘자기주도 여행’이 되면 따라다니는 여행보다 성취감과 자신감이 훨씬 클 것이다.

관심 분야 맞춰 목적지 정해

황윤정(39·경기도 의왕시)씨는 2년 전 아들 최지원(경기 왕곡초 5)군과 단 둘이 2주간 일본여행을 갔다. “살갑게 굴던 아이가 3학년이 되니 변하더라고요. 추억이 있으면 평소에도 얘깃거리가 있겠다 싶었어요.” 일본으로 여행지를 정한 것도 황씨와 지원이의 마음이 통한 결과다. 황씨는 말이 통하지 않는 곳으로 가면 엄마와의 연결고리가 더 가까워질 거라고 생각했고, 지원이는 당시 좋아하던 일본 과자가 현지에 가면 더 싸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목적지를 정할 때 자녀의 관심 분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도 컸다. 하지만 그때만해도 지원이가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잘 몰라 관심거리를 탐구할 수 있도록 스케줄을 세웠다. 오사카와 히로시마에서는 ‘역사’를, 동경에서는 과학관, 긴자에서 첨단기술인 소니의 쇼룸, 사보루에서는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한우리독서논술 오서경 책임연구원은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부분에 관심이 있는지 확실하게 파악하면 더 적극적으로 여행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여행을 고려중이면 도시를 방문하는 것도 좋다. 인프라가 잘 갖춰 있어 사회 시스템뿐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 등을 살필 수 있다. 가까운 일본의 교토나 오사카, 홍콩과 마카오 등은 도시 시스템과 박물관, 테마파트 등이 잘 갖춰져 교육과 휴식을 경험할 수 있다.

정보 수집과 예산도 자녀 몫

초등학생이라면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전 과정에서 부모의 조언이 필요하다. ‘여행지에서 무엇을 볼 것인지, 어떤 것을 할지 미리 결정할 것’을 일러준다. 무엇보다 자녀 스스로 여행을 만들어 볼 수 있게끔 옆에서 지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목적지가 정해지면 여행지 정보를 수집한다. 자녀가 인터넷을 활용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으므로 전적으로 맡긴다.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해야 여행지에서 무엇을 관심 있게 봐야하는지, 어떤 내용에 중점을 둬야 하는지 파악하기 쉽다. 자녀가 여행을 하면서 자신이 세운 계획대로 움직이다 보면 계획과 실천을 배울 수 있다. 관련 서적을 미리 읽어보는 것도 좋다. 오 연구원은 “역사와 관련된 여행이라면 연대별로 사건을 나열한 책보다 여행지, 인물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담은 책이 좋다”고 조언했다. 자연 여행이라면 특정 동식물 한 가지를 정해 관찰할 수 있도록 부모가 조언해 준다. 여행 중 휴식 장소나 예산 등도 자녀에게 맡겨본다. 시매쓰 조경희 소장은 “지도를 놓고 목적지를 찾은 후 비행기로 가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차로 가면 몇 킬로를 가야 도착할지 미리 알아봐도 좋다”고 말했다. 온라인여행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가격과 일정을 조회하면 예산과 여정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여행지에서 돈 쓰는 일을 아이에게 맡기면 계획적으로 지출하는 방법도 알게 된다. 호텔 위치와 지도도 미리 확인해 둔다.

여행일지 쓰면 다음 여행 계획에 도움

여행지에서 그날 여행을 하며 배운 점, 불편했던 점, 기억에 남는 점 등을 글로 남겨두면 다음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도움이 된다. 자신의 진로와 연관이 있는 여행이라면 소중한 기록이 될 수도 있다. 기록을 할 때는 아이가 좋아하는 방법으로 하도록 해준다.

예컨대 카메라를 쥐어주고 자기 눈높이에서 본 세상을 찍는 것도 좋다. 생각하는 것을 말로 하고 부모가 동영상으로 남기는 것도 재밌다. 황씨는 “여행은 직접 보고 느끼고 탐험해야 되는 과정”이라며 “여행을 스스로 디자인해보면 혼자 익히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사진설명]최지원 군은 국내외로 여행을 갈 때 스스로 행동할 수 있도록 평소 가까운 곳으로 체험학습을 갈 때도 연습을 한다.

< 박정현 기자 lena@joongang.co.kr / 사진=김진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