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는 진짜 이유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이혜린 장편 소설 / 값 12,000원

‘사회생활, 그 지랄 맞음에 대하여’

“넌 열정이 없어. 내가 시킨 건 잘했지. 잘하긴 했어. 그런데 그 이상의 뭔가가 없었잖아. 뭐 시키면 입술만 쑥 내밀고는 마지못해서 했지. 하긴 요즘 것들이 다 나약해 빠졌지. 멀쩡한 세상 탓이나 하고. 회사는 그런 인간들 딱 질색이야. 열정을 가지란 말이야, 열정을!”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는 스포츠신문 연예부 기자가 리얼하게 그린 직장 에피소드로 화려하면서도 냉혹한 연예계의 이면이 생생하게 묘사되었으며, 연예계를 둘러싼 흥미로운 뒷이야기도 담고 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온갖 자격증 관련 수험 책을 들고 다니며 두 손 모아 기도하는 것은 바로 취업! 청년 백수 백만 시대, 취업만 할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아버리고 싶지만, 사실 영혼 정도는 아껴두는 게 좋다. 왜냐, 취업을 하고 나면 새로 또 구해서라도 팔아야 되기 때문이다.

열혈 페미니스트이자 영화평론가를 꿈꾸던 이라희는 취직이 낙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청년 실업 백만 명 시대에 졸업과 동시에 스포츠신문사에 취직하게 되고, 재미삼아 몇 달 다녀볼까 했던 신문사에서 말뚝을 박아야 하는 위기에 처한다. 그리고 막연히 동경해왔던 ‘커리어 우먼’의 생활이 실제와 얼마나 다른지 톡톡히 경험하게 된다.

개인의 의견, 가치관, 감정은 모두 무시되는 신문사에서 오로지 자신의 말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하는 부장과 시도 때도 없이 버럭 소리를 지르는 선배 기자, 거짓말에 도가 튼 연예인과 매니저들과 부대끼며 이라희는 점차 변해간다. 부장의 ‘체면’을 위해 착실한 연예인을 깎아내리는 기사를 쓰고, 그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자신과 친한 사람들을 닦달한다. 또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친구, 가족, 애인 모두 내팽개치며, 그의 미션을 혹시 수행 못 할까봐 밤잠 설치며 자신을 옭아매게 된다.

피도 눈물도 없는 조직에서 사이코패스 상사와 함께 학벌주의, 외모지상주의, 연고주의에 시달리며 점점 변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사회생활이 한 사람을 얼마나 바꿔버리는가 목도하게 될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내 가치관이나 정체성 따위는 버리고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는 모습은 우리의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세상 물정 몰랐던 사회초년생이 처음 시작하는 사회생활에서 좌충우돌하며 울고 웃는 모습은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회초년생 뿐 아니라 이미 이런 시행착오를 겪었던 직장인들 혹은 직장인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품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큰 웃음과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실제로 현직 연예부 기자인 저자는 실제 자신의 경험을 살려 베일에 싸인 연예계와 언론계의 뒷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드라마 예고편만 보고 배우의 연기력을 질타하고, 검색어 순위 1위를 만들기 위해 연예인이 블로그에 올린 사진으로 기사를 쓰고, 스타의 장례식장에서 진을 치고 기삿거리를 찾는 연예부 기자들, 십대 때부터 수억 원씩 만지며 어른들을 홀리고, 뜯어먹고, 등쳐먹는 기술을 배우는 아이돌 스타들, 한 명의 스타를 만들기 위해서 불철주야로 고생하는 매니저들, 기자에겐 기사를 잘 쓰는 것보다 기삿거리가 될 만한 이슈를 만드는 능력이 가장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언론사 등 생생하고 실감나는 연예계와 언론계의 뒷이야기와 함께 나오는 스타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것이다.

돈을 위해서라면 내 가치관이나 정체성 따위와 얼마나 타협할 수 있는가. 열혈 페미니스트 이라희가 신인 가수에게 '함 자주라'고 농담하기까지. 영화 전문가라고 자부하던 이라희가 ‘괄약근으로 기사 썼냐’는 소리를 듣기까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도움말: 소담출판사

<이 기사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르며, 정보 제공을 위한 보도 자료입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