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재테크] 내년 2400 간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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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한국 주식 시장. 그 시작은 불안했다. 중국이 느닷없이 은행 지급준비율을 올리더니 남유럽에서는 재정위기가 터졌다. 한때는 코스피지수 1500선이 위험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한국 증시는 온갖 악재를 헤치고 날아올랐다. 연평도의 포성도 지수 상승을 막지 못했다. 한국 증시는 전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의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그러면서 자문형랩 같은 히트 상품도 낳았다. 증권사들은, 내년에도 한국 증시는 뜻밖의 대외 악재만 없다면 탄탄대로를 걸을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 증시를 되짚어보고, 내년 전망을 알아본다.

올해 한국 증시는 징크스 하나를 벗었다. 짝수 해에는 어김없이 약세라는 것이다. 대체로 경기가 오르내리는 주기(사이클)가 1년 단위여서, 증시도 한 해 강세이면 이듬해는 약세라는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일각에서 나왔던 ‘짝수 해 비관론’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사상 최대 이익을 낸 기업들의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지난 15일까지 19.9% 상승했다.


 지수는 이만큼 올랐지만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기는 만만치 않았다. 워낙 휙휙 장세가 변했다. 정보기술(IT)과 화학주가 상승장을 이끄나 했더니 한동안 부진에 빠지기도 했다. 투자자들에게 별 재미를 안겨주지 못해 관심에서 사라져가던 철강·건설주가 갑자기 반짝거리기도 했다. 그저 자동차만 한 해 내내 올랐을 뿐이다.

 이런 장세에서는 개인뿐 아니라 펀드매니저들도 힘을 쓰지 못했다. 3분기 들어서는 일반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얌전히 코스피지수 상승분만큼만 좇아가는 인덱스 펀드 수익률에도 못 미칠 정도였다.

 이 가운데 자문형랩이 스타로 떠올랐다. 자문형랩은 80~100개 종목을 담는 일반 주식형 펀드와는 달리 20개 안팎의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는 게 특징이다. LG화학 등 자문형 랩에 담긴 일부 종목의 주가가 팍팍 뛰면서 자문형랩은 고수익 상품의 대명사가 됐다. 자문사들이 많이 사는 7개(때에 따라서는 4개) 종목 주가가 훨훨 날아간다고 해서 ‘7공주’니 ‘4대 천왕’이니 하는 말까지 생겼다.

 자문형랩을 본뜬 압축투자펀드도 등장했다. 80~100개 종목에 투자하는 일반 주식형 펀드와는 달리 30개 안팎에 집중했다.

 올해는 주가연계증권(ELS)도 인기 상한가를 쳤다. 주가연계증권은 만기일의 주가가 시초가의 50~60%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두 자릿수 수익이 나는 상품이다.‘오르기보다 많이 떨어지는 게 더 힘들겠다’는 생각에 투자자들이 몰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1월 1조7200억원이던 ELS 발행액은 10월 2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원금 + 2% 보장형’ ‘한국 코스피지수가 일본 닛케이지수보다 성적이 좋으면 수익을 주는 상품’ 등 온갖 다양한 ELS가 나온 것도 인기의 원인이 됐다.

 ◆“내년엔 중소형주 강세”=증권사들은 올해의 증시 상승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뚜렷한 대외 악재가 없는 데다, 국내 기업들은 튼실한 이익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풀린 돈들이 주식 시장에 들어갈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금은 금리가 낮고 부동산 경기도 불투명해 주식과 원자재 정도 말고는 투자 자금이 마땅히 갈 만한 곳이 없는 상황이다.

 본지가 국내외 27개 증권사의 내년도 코스피지수 전망을 찾아본 결과, 증권사들은 평균적으로 내년에 코스피지수가 2400까지 오른다고 추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10월 31일의 사상 최고치(2064.85)보다도 335.15포인트(16.2%) 높은 수치다. 증권사들의 예상이 맞아떨어진다면, 내년에도 코스피지수는 올해만큼 오르게 된다.

 하지만 내년에도 개인 투자자들이 수익률을 내기는 만만치 않다는 중론이다. 올해처럼 주도 업종이 수시로 바뀌는 장세가 벌어질 공산이 크다는 이유다. 이로 인해 증권사들은 내년에도 자문형랩과 압축 펀드, 그리고 ELS의 인기가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상승장에서는 소외됐지만, 내년에는 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강세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프랭클린템플턴 투신운용의 전용배 사장은 “중소형주는 최근 3년간 약세를 면치 못했다”며 “이젠 중소형주가 반등할 사이클이 찾아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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