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부작용·합병증 줄이는 치료법 뭐가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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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암의 치료 계획은 성인암과 다르다. 앞으로 살 날이 창창하기 때문이다. 치료의 핵심은 치료 종결 후 학업·직장생활·결혼에 문제가 없는 건강한 성인으로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이다. 소아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부작용과 합병증을 줄이는 치료법에 대해 알아보자.

소아암 환자 완치율 72% … 최근 크게 좋아져

국내에서 매년 약 1100명의 어린이가 암 진단을 받고 있다. 그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소아암의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염색체 이상, 출산 시 과체중, 비만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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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아암의 특징은 증상이 없이 암이 빨리 진행된다는 점이다. 진단을 받을 때엔 이미 암이 많이 퍼져 있다. 그 때문에 1950년 전에는 대부분의 소아암 환자가 사망했다. 1970년대에도 4명 중 1명만이 살아남는 데 그쳤다.

 이후 40여 년간 의학 분야에서 이룩한 업적 중 하나가 소아암 환자의 완치율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최근 통계를 보면 4명 중 3명이 완치되고 있다.

 국가암센터 국가암등록 보고서에 따르면 1993~1995년 소아암 환자(0~14세)의 5년 생존율은 55.8%였다. 그러나 2003~2007년에는 72.1%로 껑충 뛰었다. 소아암 발생 1~3위를 차지하는 백혈병, 뇌·중추신경계암, 림프종의 5년 생존율도 10~20%p 올랐다.

척수강 내부에 항암제 주사 … 부작용 없어
소아암 환자의 치료율이 높아진 것은 수술 기법과 함께 다양한 항암제의 개발, 방사선 치료, 조혈모세포이식술의 발전 때문이다. 게다가 소아암 환자는 간·골수·폐·심장 등 장기들의 기능이 좋아 고용량 항암 치료를 잘 견디고 자가 복구 능력이 뛰어나 치료결과가 좋다.

 특히 소아암의 위험 정도에 따라 치료 방법을 달리해 치료효과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혜택을 많이 본 암은 소아암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백혈병이다. 원인 유전자를 감별하는 ‘분자유전학’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약 5년 전부터 활성화됐다. 덕분에 소아백혈병 환자의 완치율은 70~90%에 이른다.

 소아 백혈병 중 95% 이상이 급성 백혈병이다. 급성 백혈병은 암을 일으키는 원인에 따라 ‘급성 림프구성’과 ‘급성 골수성’ 두 가지로 나뉘는데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 대부분이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의 90%는 여러 가지 항암제를 함께 쓰는 칵테일요법으로 완치된다. 하지만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뇌와 척수 등 중추신경에 재발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것을 막기 위해 방사선 치료를 병행했었다.

 하지만 성장 장애 등 부작용이 따르고 다른 암 발병 위험이 높아졌다. 이후 척수를 둘러싸는 막과 척추 사이에 있는 공간인 척수강에 항암제를 주사하는 치료법이 도입되면서 부작용 없이 재발을 막을 수 있게 됐다.

 소아 백혈병의 30%를 차지하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암을 유발하는 원인 유전자를 감별한 맞춤치료로 효과를 보고 있다. AML1-ETO와 같은 유전자가 있으면 항암제를 이용해 70%가 완치된다. FLT-3 유전자 변이가 원인이면 항암제를 써도 치료 결과가 나쁘다.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으면 70%가 생존한다.

과거 방사선 치료는 성장장애 일으켜

소아암은 암의 형태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백혈병·림프종 같은 혈액암과 뇌·척수·뼈·콩팥 등 다양한 부위에 생기는 고형암이다.

 혈액암은 항암요법과 조혈모세포 이식으로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고형암은 절제수술과 함께 항암·방사선 치료가 병행된다. 미세한 암을 완벽히 제거하기 힘들어 강력한 광선을 이용해 암세포의 성장을 막거나 파괴시킨다.

 하지만 방사선은 아이들에게 성장장애·지능장애·내분비계통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 암만 정교하게 공격하는 방사선 치료기가 나오며 소아암 환자의 부작용을 줄이고 있다.

 치료용 X선을 만드는 ‘선형가속기’에 다양한 기술이 접목되며 정확성을 높였다. 암의 크기와 종류에 따라 방사선 양과 강도를 조절하는 ‘세기조절방사선’, 폐·간 등 움직이는 장기에 발생한 암을 정확하게 조준하는 ‘동체추적방사선’이 그것이다. 선형가속기에 CT(컴퓨터단층촬영)를 결합한 영상유도 방사선 치료기는 암의 위치를 정확하게 잡아낸다.

 ‘양성자 치료기’는 소아암 환자에게 가장 최적화된 기기다. 2007년 국립암센터에 설치됐다. X선은 몸을 관통하므로 정상 조직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게 문제다. 하지만 수소 원자핵을 가속해 얻은 양성자는 몸을 관통하지 않고 암세포에서 멈추기 때문에 성장기 소아암 환자에게 적합하다.

황운하 기자
도움말 국립암센터 소아암센터 박병규 센터장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 김대용 센터장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구홍회 교수
서울성모병원 소아혈액종양과 조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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