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들에 유리할 때만 북한, 중국 말 듣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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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후시진 총편집인이 13일 오후 환구시보 회의실에서 한·중 관계와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프리랜서 박가영


“한국과 중국 사이에 ‘중립’에 대한 관점이 다른 것 같다. 내가 보기에 한국은 중국이 한국 편을 드는 게 ‘중립’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중국은 그렇게 하기 어렵다.”
중국에서 발행되는 환구시보(環球時報)의 후시진(胡錫進·50) 총편집(신문 제작·경영을 총괄)이 한 말이다. 환구시보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만든 국제 문제 전문 자매지다. 주 5회(하루 16면) 150만 부가 발행된다. 특히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이후 남북 대치 상황을 중국식 시각으로 보도해 주목을 끌고 있다. 한국 사회에선 중국 공산당의 ‘숨은 의도’를 대변한다고 해석해 환구시보의 관련 기사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중앙SUNDAY는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는 중국의 속내를 들여다보기 위해 후 총편집을 인터뷰했다. 지난 13일 오후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인민일보사 단지에 자리 잡은 환구시보 3층 회의실에서다. 인터뷰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보는 시각과 북핵 대응, 한반도 정책을 중심으로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후 총편집은 이 자리에서 “(러시아와 달리) 한반도 문제에 있어 긴밀한 ‘이익 상관자’인 중국은 소위 ‘중립’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고충을 설명했다. 그는 “한반도 안정을 우선시하는 중국은 스스로 생각하는 중립을 엄격히 유지해야 한다”며 “그것은 바로 남북한 사이에 사건이 발생했을 때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북한을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고 토로했다. “북한은 유리하면 중국 말을 듣고 불리하면 듣지 않는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미국의 한국에 대한 영향력보다 못 하다”는 것이다.

후 총편집은 1989년 인민일보의 새내기 기자가 된 ‘중국판 386세대’다. 89년 천안문 사태에 대해선 “당시 중국 사회는 성숙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베이징에서 태어난 그는 베이징외국어대학에서 러시아 어문학으로 석사 학위를 딴 뒤 보스니아·이라크에서 종군기자로 활약했다. 그는 중국의 민주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점진적이며 중국 특색이 있는 정치 개혁’을 강조했다. 그를 아는 한국 쪽 지인들은 “보수적인 성향을 가졌다”고 평가한다. 지난달 초엔 해외 언론인 초청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해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나고 산업시찰을 했다고 한다.

그는 “연평도 사건 초기에 많은 중국인이 한국에 동정심을 가졌으나 조지 워싱턴 항모의 서해 진입 뒤 이런 동정심이 사라졌다”며 한국 측 대응방식에 간접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빈민굴과 이웃집 부자’ 이야기를 예로 들며 “부유한 한국이 가난한 북한에 대해 포용력을 발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베이징=써니리 객원기자 boston.sunny@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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