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의 대화 〈철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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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일본영화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가을국화〉를 비롯한 대부분의 일본영화들이 전회매진을 기록하면서 입증된 일본영화의 강세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 바로 〈철도원〉이다.

〈철도원〉은 평생을 오직 철도만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온 한 남자의 삶과 애환을 따뜻한 느낌으로 그려낸 보기드문 수작이다. 절제된 형식미와 미장센을 통해 한 남자의 불운이 확산되어 가는 가운데에서마치 마법과도 같은 평화로움이 찾아오게 되는 과정이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영상으로 표현된 영화로,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여기저기서 눈시울을 적시는 관객들이 눈에 띄었다.

다음은 영화가 끝난 후 감독 후루하타 야스오와 관객과의 대화 내용 중 일부이다.

Q. 정적이고 조용한 한국적인 이미지의 영화들을 계속 만드실 의향이 있는가?
A. 자신은 이런 스타일의 영화밖에 만들지 못한다. (웃음)

Q. 영화 속에 군국주의적인 면이 향수나 정적인 면으로 포장되어 있는듯 하다. 일본의 집단주의적인 성향에 대한 찬가가 아닌가?
A. 주인공의 불행을 통해 서민의 애환을 나타내고자 한 것 뿐이다. 그런 의도는 없다.

Q. 영화 속에 역과 기차가 강조되어 있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는가?
A. 일본은 길기 때문에 기차가 발달되어 있다. 기차는 일본인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나 역시 일본인이기에 기차를 사랑한다.

Q. 영화 속에서 여자가 경례를 하는 장면은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 장면이다. 특별히 이런 장면을 추가한 이유가 있는가?
A. 기차역에서의 경례는 하나의 예의와 같다. 예의를 통해 힘을 북돋기 위한 행동일 뿐, 군국주의적인 시각은 아니다.

감독 후루하타 야스오는 시종일관 관객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해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영화가 큰 감동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인지 관객과의 대화가 끝나고, 남포동 거리로 나간 후에도 수많은 관객들로부터 싸인 공세에 시달리는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열렬한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철도원'은 18일 11시에 다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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