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 과음 + 스트레스 12월 … 콜록콜록 ‘독감 앓는 코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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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5일 서울 강남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는 ‘열이 심하다’ ‘기침 탓에 잠을 못 잤다’고 호소하는 환자가 5명이나 됐다. 응급실에는 3일 연속해서 이런 환자들이 찾아왔다. 지난달에는 이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전혀 없었고 이달 초만 해도 4, 5일에 한 명 정도에 불과했다. 병원 관계자는 “이들 환자는 대부분 독감이었다”며 “독감 유행을 알리는 불길한 징조”라고 말했다. 서울의 중앙대 용산병원 응급센터에도 7∼13일에 ‘독감에 걸린 것 같다’며 찾아온 사람이 44명이었다. 지난달 같은 기간엔 27명뿐이었다.

 맹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면서 독감(신종플루 포함)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전병율 질병정책관은 16일 “ILI(내과·소아과 등 동네 의원 환자 1000명당 독감 유사증상자수)가 2.9명 이상이면 독감 유행이 시작된 것”이며 “11월 마지막 주에 4.97명을 기록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 계속 급증세”라고 밝혔다. 중앙대 용산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최병휘 교수도 “감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이달 들어 전달보다 20∼30% 늘었다”며 “상당수가 독감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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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은 대부분 환자가 열·근육통·목 통증·기침 등 지난해 유행했던 신종 플루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고 있어 최근 유행 중인 독감의 대다수가 신종 플루일 것으로 추정한다.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독감 환자들을 대상으로 바이러스 감별 진단을 실시한 결과 90% 가까이가 신종 플루 바이러스인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 같은 독감 유행 탓에 학교나 직장에 나가지 못하거나 조퇴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회사원 이영호(33·인천시 청천동)씨는 최근 부서 회식 뒤 코가 막히고 극심한 두통과 함께 온몸이 맞은 것 같은 근육통에 시달렸다. 결국 14일에는 회사를 조퇴하고 병원을 찾았다가 독감 판정을 받았다. 이씨는 “주변에도 독감 때문에 고생하고 회사를 못 나오는 경우가 제법 있다”고 전했다.

 최근 몰아친 한파와 건조한 날씨가 독감 바이러스의 확산을 부추긴다는 분석도 나온다. 추위 자체가 독감을 유발하는 건 아니지만 유행에 간접적으로 기여한다는 것이다.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의 전파능력이 영상 5도가량에선 영상 20도일 때보다 두 배, 습도가 20%인 건조한 환경에선 습도가 50%일 때보다 역시 두 배가량 증가한다는 사실이 돼지를 이용한 실험에서 증명된 바 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연말 송년회와 인사철을 맞아 과로·과음·스트레스 등에 의한 면역력 저하도 독감 확산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감·감기 등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려면 실내외에서 보온을 잘하고 가습기를 켜는 등 습도 관리를 적절히 하는 게 중요하다. 복지부 권준욱 질병정책과장은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해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노인·임산부 등 독감고위험군은 반드시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18일께 추위 풀려=기상청은 “17일부터 추위가 점차 누그러져 18일에는 평년기온을 회복하겠다”며 “다음주 중반까지는 큰 추위가 없을 것”이라고 16일 예보했다. 기상청은 또 전날 밤 늦게 중부 서해안에서 시작된 눈이 17일 새벽에는 서울 등 중부내륙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눈은 17일 오후 서울·경기지방부터 점차 그치고 일부 지방은 최고 5㎝까지 눈이 쌓일 전망이다.

 박태균(식품의약)·강찬수(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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