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북한 달력으로 보면 김정은 후계는 아직 미완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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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68) 국방위원장의 3남이자 후계자인 김정은(26)의 생일이 아직까지 휴일로 지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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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인터넷 매체와 일부 언론은 올해 초 북한이 김정은의 생일(1월 8일)을 공휴일로 지정했다고 보도했었다. 그러나 본지가 일본에서 입수한 두 종류(평양출판사 발행)의 2011년 북한 달력에 따르면 1월 8일은 휴일(빨간색)이 아닌 평일(검은색)로 돼 있다. 정부는 김정은이 1984년 1월 8일생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내년도 달력에서 추가로 공휴일로 지정된 날짜는 없다.

 반면 김일성의 생일(4월 15일)과 김정일의 생일(2월 16일)은 공휴일을 뜻하는 빨간색에다 빨간 테두리를 둘러 특별한 날임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김일성·김정일 생일을 ‘민족 최대의 명절’로 부른다. 올해 김정일 생일 때 연휴로 돼있는 것은 2월 17일이 대보름이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지난 9월 28일 노동당 대표자회를 통해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오르면서 김정일의 후계자로 공식화됐지만 아직 우상화 작업은 본격화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김정은의 탄생 연도를 84년에서 82년으로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점 등에 미뤄 북한 내부적으로 김정은 우상화 관련 자료 정리가 끝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의 생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작업은 김정일과 같은 과정을 밟을 수도 있다.

김정일의 생일은 그가 후계자로 내정된 다음해인 75년 임시 휴무일이었다. 76년엔 정식 휴무일로 지정됐으며 40회 생일인 82년부터 공휴일로 됐다. 김일성이 사망한 이듬해인 95년부터는 ‘민족 최대의 명절’로 격상됐다.

북한은 공휴일의 경우 전날 중앙보고대회를 개최하는 등 국가적 행사를 치르지만, 휴무일은 특별한 행사 없이 쉰다. 공휴일이 휴무일보다 한 단계 높은 셈이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북한학)는 “김정은 생일도 머지않아 공휴일로 지정될 것”이라며 “북한이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기엔 아직까지 시기상조로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정은이 이미 후계자로 공식화된 점을 고려하면 그의 생일이 내년에 들어가면 임시 휴무일로 지정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김정일의 건강 상태가 날로 악화하고 있어 북한이 후계체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며 “아직 달력에 공식적인 휴무일로 지정하진 않았지만 우상화 차원에서 정령 등을 통해 휴무일이나 공휴일로 지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북한의 공휴일=북한의 법정 휴일은 모두 14일이다. 양력설과 음력설, 대보름, 추석을 민속명절로 지정해 하루씩 쉰다. 단오는 2005년부터 휴일에서 제외했다. 사회주의 명절로 부르는 국가 공휴일도 있다. 김정일 생일, 부녀절(3월 8일), 김일성 생일, 건군절(4월 25일), 노동절(5월 1일), 조국해방전쟁승리일(7월 27일·휴전일), 조국해방기념일(8월 15일·광복절), 정권수립일(9월 9일), 당창건기념일(10월 10일), 헌법절(12월 27일)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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