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르트 명인’ 이영애씨 13년간 칼 같은 배달 … 10년 이상 단골만 100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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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책임감’ 하나만큼은 자신 있지요.”

 서울 월계동에서 ‘야쿠르트 아줌마’로 일하는 이영애(56·사진)씨는 “13년 동안 휴가 한 번 제대로 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배달시간은 꼭 지켰다”며 “‘배달은 고객과의 약속’이란 원칙을 갖고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실적을 인정받아 올 10월 회사에서 ‘야쿠르트 명인’으로 선정됐다. 야쿠르트 명인은 1만3000명의 야쿠르트 방문 판매원 중 근속연수·판매실적·고객수 등을 고려해 50여 명에게만 붙여 주는 이름이다.

 배달시간을 칼같이 지킨 덕분에 생긴 13년 단골 고객들은 이씨의 자산이다. 이씨는 “현재 매일 오전 배달하는 고객이 300명인데 그중에 100명 정도는 10년 넘은 단골 고객”이라며 “특별히 잘 해드린 것은 없지만 실수를 하지 않은 덕분에 고객이 배달을 끊은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이씨가 고객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로 꼽은 것은 차별화 전략이다.

 “학교 등 사무실에 들를 때는 쥐 죽은 듯이 제품과 카탈로그만 전하고 나가죠. 조용한 아침 사무실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서랍니다. 하지만 가정에 배달할 때는 달라요. 종종 들러 제품 상담도 하고 사는 얘기도 나누고 그러죠.”

 성별에 따른 접근법도 다르다고 했다. 이씨는 “술자리가 잦은 중년 남성들에게는 효능 위주로, 주부들에게는 아이들 먹을거리 위주로 얘기를 풀어나간다”고 말했다.

 휴대전화로 고객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다거나 경조사를 챙기는 일은 없다고 했다. 이씨는 “고객을 가끔 찾아도 되는 화장품이나 정수기 방문 판매와 달리 매일 들러야 하기 때문에 귀찮은 인상을 남기면 안 된다”며 “고객이 나를 불편하게 여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골 고객이 되면 달라진다. 마음을 터놓은 고객과는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다. 이씨는 “담당 구역에 할머니 고객이 많다”며 “몸이 불편한 분들을 위해 간단한 약·과일 등 심부름을 해 주는 등 ‘동네 메신저’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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