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전경련 회장 체제 조기 가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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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중도하차한 김우중 대우 회장의 후임자로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이 굳어지고 있다.

정 회장은 16일 "전경련 회장직 제안이 오면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기아자동차 정상화 등을 위해 회장을 맡을 여력이 없다"던 입장에서 한발 나아간 것.

김 회장이 퇴임 의사를 밝힌 직후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이 비공식적으로 정 회장의 의사를 타진했을 당시 `못하겠다'고 분명히 밝힌 것으로 알려진 것과도 상반된 입장이다.

정 회장은 최근 회장직 수락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결심을 굳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부친인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재가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일찌감치 정 회장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분위기가 대세였다.

재계는 처음부터 재력과 리더십을 동시에 갖고 있는 5대그룹 오너를 전경련 회장으로 선호했으나 현재 해당자들이 모두 강력히 고사하고 있는 상황.

이에따라 정회장의 태도변화는 곧 사실상 회장직 확정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 회장이 `재계의 총리'로 불리는 전경련 회장직에 오르면 그의 개인적인 위상은 물론 현대그룹, 나아가 내년 상반기에 분리할 예정인 현대자동차의 재계내 위상도 크게 높아질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변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전경련이 회장을 선출키로 한 내달 4일까지는 아직 20여일이나 남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조기에 차기 구도가 가시화되면 정부와 재계 일각의 견제를 받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가 현대를 키워주고 있다는 시선에 부담을 느끼거나 5대그룹 오너 불가론을 펼칠 가능성도 없지 않고 재계 내부에서도 대외 활동력이 떨어진다는 등 시샘섞인 공격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아직까지도 재계 총수 2∼3명과 외부인사들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따라 정 회장은 빠르면 전경련이 내주 국제자문단 회의를 마치고 본격적인후임자 선정 작업에 들어가는 이달말, 늦으면 회장 선출일인 내달 4일에 가서나 확정적인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맡게 되면 이미 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정 현대 명예회장에 이어 초유의 `부자 전경련 회장'이 탄생하게 되는 셈이며 같은 그룹에서 두번째 전경련 회장이 나오는 첫 사례가 된다.[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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