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만 한 아우 없나 … 코스닥은 2007년 대비 37%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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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형만 한 아우 없다’는 말은 주식시장에서도 통하는 것일까. 코스피 지수는 3년여 만에 2000 고지를 재정복하며 부활했건만 코스닥 지수는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14일 종가는 515. 코스피 지수가 2000을 처음 밟기 직전인 2007년 7월 12일 828.22를 기록한 뒤 지금까지 37.8% 하락했다. 올해 상승률도 0.3%에 그쳤다. 19.4% 오른 코스피 지수와 비교하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다.

 삼성증권 김성봉 투자정보팀장은 “코스닥에서는 올 들어서만 100개 가까운 업체가 자본잠식이나 회계분식 등의 이유로 상장 폐지됐다”며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진 게 부진의 이유”라고 분석했다. ‘자칫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투자자들이 코스닥 접근 자체를 꺼리면서 지수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인들이 코스닥을 외면한 것도 회복을 더디게 만든 주요인이다. 지난해 초반부터의 상승장을 이끈 외국인들은 자동차·정보기술(IT)·화학 분야 등의 대표 기업들을 주로 찾았고, 이에 따라 굵직한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주가가 많이 오르면서 코스피 지수도 상승했다. 이 과정에서 코스닥시장은 철저히 외면당하다시피 했다. 주성엔지니어링·셀트리온·서울반도체·다음 등 소위 ‘대장주’라고 불리는 극히 일부 종목에만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됐다.

 유진투자증권 변준호 스몰캡(중·소형주) 팀장은 “코스닥 지수는 부진하지만 지난 실적과 앞으로의 전망이 탄탄한 개별 종목은 좋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테마에 편승한 투자를 하지 말고, 철저하게 기업 실적 같은 펀더멘털에 입각해 종목을 고르면 코스닥이 ‘지뢰밭’이 아니라 ‘보물창고’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올해 상장 폐지가 많았던 것과 관련, 한국거래소 이덕윤 코스닥 시장 총괄부장은 “올해 상장 폐지가 많았던 것은 한계에 다다른 기업들을 퇴출시켜 코스닥 시장을 건강하게 만들려는 데 주력한 결과”라며 “이 같은 과도기가 지나면 시장의 건전성이 높아지고 투자자들의 신뢰가 회복돼 코스닥 시장도 한층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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