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코스피 … 기초체력이 달라졌다, 더 올라갈 힘 충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코스피 지수의 2000선 돌파는 한국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완전히 탈피한 신호이자 정상화 과정의 완결이다.”(대우증권 양기인 리서치센터장)이 말처럼 코스피 지수 2000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1999보다 1 높고, 2001보다 1 낮은 연속선상의 숫자에 그치는 게 아니다. 증권가에선 우리 경제의 도약을 위한 초석이라고까지 평가된다. 주가지수가 경제성장이나 기업의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만큼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코스피 2000시대가 다시 열렸다. 2007년 7월 25일(2004.22) 사상 처음으로 2000고지를 밟은 지 40개월여 만이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07년의 펀드 열풍은 전인미답의 코스피 2000고지를 열었다. 펀드로 몰려든 자금이 증시를 뜨겁게 달구면서다. 그해 7월 25일 사상 처음 2000을 돌파했지만 하루 만에 1900대로 미끄러졌다. 3개월 뒤인 10월에 2000선 재등정에 성공한 뒤 최고점(10월 31일, 2064.85)도 찍었다. 하지만 뒷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과 고유가, 중국 경제 과열 등에 대한 우려로 3주도 버티지 못하고 주가는 하락의 길을 걸었다. 유럽 재정위기, 중국의 긴축, 북한의 연평도 도발 등 악재를 딛고 2000포인트에 도달했지만 이번에도 ‘반짝 상승’에 그치는 것이 아닐까라는 우려도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최근의 증시 상황은 2007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분석이 많다. 국내 증시의 체력이 튼튼해진 만큼 시장은 2000포인트 돌파가 아닌 안착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2000고지’가 결승점이 아닌 출발점이란 뜻이다. 내년도 주가가 2300∼250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단단해진 기초체력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 실적이 뒷받침하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주요 149개 상장사들의 2007년 영업이익은 57조원이었다.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올해 이들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87조원에 달한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상장기업의 이익이 늘어나면서 주가는 상대적으로 싸졌다. 주가수익비율(PER)로만 따져도 차이가 분명하다. 2007년에는 ‘묻지마 투자’성 자금이 국내 주식형 펀드로 몰리며 시장이 과열돼 PER이 13∼14배까지 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PER이 10배를 밑돌고 있어 같은 주식을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셈이 됐다.

 환율도 2007년과는 다른 모습이다. 2007년 당시 달러당 원화가치는 910~920원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14일 원화가치는 달러당 1140.4원을 기록했다. 현대증권 배성영 연구원은 “환차익을 크게 고려하는 외국인의 매수 패턴을 감안하면 원화가 상당히 저평가됐다는 점에서 국내 주식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원화가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 만큼 매매차익을 달러로 바꿔 나가야 하는 외국인이 더 많은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대외환경도 긍정적이다. 중국의 긴축과 유럽의 재정위기라는 불안요인은 있지만 그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2007년 코스피 지수가 처음 2000을 찍었을 때 이미 서브프라임모기지 문제가 불거진 상태였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도 2007년과는 차이가 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2007년에는 세계경기가 정점을 찍고 꺾일 때였지만 현재는 미국 등 선진국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하는 단계”라며 “주가의 추가 상승여력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지수를 밀어 올릴 유동성도 풍부하다. 2007년에는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문제로 외국인이 돈을 거둬들이며 ‘셀 코리아’에 나섰다. 2007년 한 해 외국인이 팔아치운 한국 주식만 24조7117억원어치에 이른다. 당시 외국인의 공백을 메운 것은 펀드에 밀려든 개미들의 돈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당시 투신사(지금의 자산운용사)들은 4조6089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사뭇 다르다. 각국의 경기 부양책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해지자 신흥국 주식 쓸어담기에 나선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가 본격화됐다. 2007년과 반대로 지수 상승에 따른 펀드 대량환매 사태로 올 들어 투신권은 16조8073억원어치의 주식을 쏟아냈지만 외국인이 19조9742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주가를 단단히 받쳐줬다. 외국인들은 코스피 지수가 2000에 근접한 이달 들어서만 2조원가량을 순매수했고, 코스피 지수가 2000을 다시 밟은 14일에는 5461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주가 상승에는 연기금도 힘을 보탰다. 2007년 20조원 수준이던 연기금의 국내 주식 운용규모는 9월 말 기준으로 35조원으로 확대됐다.

 대기성 자금도 상당하다. 10월 말 현재 예금과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에 들어있는 단기 부동자금이 556조원에 이른다. 4분기와 내년 1분기 중 만기가 돌아오는 정기예금만 50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자금이 넘치는 은행권이 특판 예금상품을 판매하지 않으면서 은행권을 벗어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예금금리가 낮은 데다 부동산 시장도 침체를 보이고 있는 등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며 “외국인과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이 증시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시장을 주도했던 랩어카운트도 증시 상승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 황금단 연구원은 “2007년에 펀드가 개인의 간접투자자금을 담았다면 내년에는 랩어카운트가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 등을 종합해 증권사들은 내년 코스피지수가 2300∼2500대까지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최근의 빠른 상승세로 인해 조정을 받은 뒤 재상승한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