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비즈 칼럼

녹색에너지로! 석탄의 변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이강후
대한석탄공사 사장

석탄산업에 종사하면서 애석하게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석탄에 대한 일반 국민의 오해다. 가령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아직 석탄을 쓰는 곳이 많나요’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로 소비가 많이 줄겠지요’ ‘더럽고(Dirty) 힘들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3D 에너지 아닌가요’ 등등 어둡고 부정적 내용이 많다. 이러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석탄 분야 종사자로서 실상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책임을 느끼곤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정은 그렇지 않다. 석탄은 우리나라 총 에너지 소비의 28%를 차지할 정도로 여전히 중요한 에너지원이고 2000년 이후 그 비중은 높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라 세계 공통 현상이다. 향후 석유 의존도는 계속 줄어드는 반면 석탄 의존도가 늘어날 것으로 많은 전문가가 전망한다. 이처럼 기존의 통념과 실상의 격차가 큰 것은 석탄의 쓰임새가 늘고 석탄을 활용하는 기술이 발달한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도 석탄 하면 아궁이에 넣고 때는 연탄을 연상한다. 그러나 많은 분이 아시겠지만 석탄은 제철과 발전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원료이자 연료다. 석탄은 국내 제철 산업에서 연 2000만t이, 발전 분야에서 연 8000만t 소비된다. 특히 석탄은 우리나라 발전의 36%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발전 에너지원이다. 석탄의 소비 증가는 석탄 이용 기술의 발전과도 관련이 깊다. 석탄은 매장량이 풍부하고 세계적으로 고르게 분포돼 석유가 부족할 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에너지원이었다. 단지 이산화탄소 배출 등 환경 문제가 다른 에너지원보다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석탄가스화 복합발전(IGCC)’ ‘가스화·액화’ 등 환경오염을 줄이는 석탄 이용 기술이 발달하면서 석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싹트게 됐다.

 친환경 에너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청정 에너지, 녹색 에너지 개발은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는 일인 동시에 미래 국가 경쟁력과 성장 동력의 핵심이 된다. 그동안 사양길에 접어든 것으로 인식된 석탄이 거듭나 청정 에너지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일본 등 선진국을 비롯해 중국 등 신흥개발국은 이미 청정 석탄기술 개발과 이의 상용화에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맞춰 정부와 석탄공사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석탄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해외 석탄개발에 나서는 한편, 석탄 이용 기술개발에 힘쓰고 있다. 국내 무연탄과 환경폐기물인 폐플라스틱을 혼합해 청정가스를 제조하는 기술 개발에 이미 성공해 내년부터 일반에 공급할 계획이다. 석유를 사용할 때보다 비용이 30% 절감되고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거의 없는 것으로 실험 결과 나타났다. 환경 문제와 에너지 부족을 동시에 해결하는 1석 2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기술이다.

국내에서 연륜이 가장 긴 공기업인 석탄공사는 일찍이 1950, 60년대 땔나무에 의존하던 연료를 연탄으로 전환해 산림 녹화에 크게 기여한 역사가 있다. 다가온 ‘녹색성장’ 시대에는 검은 석탄에너지를 청정 녹색에너지로 전환해 또 다른 환경 보호에 힘쓰려고 한다. 한물간 에너지로 치부되던 석탄의 화려한 변신을 기대해 본다.

이강후 대한석탄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