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컨소시엄 “우리금융 입찰 불참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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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 인수를 추진하던 우리금융 우리사주·고객 컨소시엄이 예비입찰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입찰 조건을 맞출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정부가 추진 중인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은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우리금융 직원들이 참여한 우리사랑컨소시엄과 우리금융 고객 4000여 명으로 구성된 W컨소시엄은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최종입찰 때까지 200억원 안팎의 인수자문 비용과 실사 비용을 부담하면서 매각절차에 참여하기가 어려워 예비입찰에 불참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예비입찰은 이달 말로 예정돼 있다. 이들을 포함해 모두 11곳이 지난달 26일까지 우리금융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상태다. 시장에선 10조원 정도를 마련한 두 컨소시엄을 제외하면 나머지 투자자들은 인수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그동안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56.97%)의 절반 이상을 사겠다는 입찰자가 두 곳 이상 나와야 유효경쟁으로 보겠다는 입장이었다. 또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경영권 프리미엄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나금융지주는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계약을 하면서 시가에다 1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줬다.

 그러나 우리금융 주도의 컨소시엄은 이런 조건을 맞출 수 없다는 것이다. 컨소시엄 측은 “유효경쟁이 성립되려면 28.5% 이상의 지분을 인수할 주체 간의 경쟁이 있어야 하고, 가격도 시가에 상당 수준의 프리미엄을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금융 측 컨소시엄을 제외할 경우 이 지분을 인수할 만한 주체가 없다는 점에서 유효경쟁이 성립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경영권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민영화에 참여하려는 것이니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지급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대신 정부가 현실적인 민영화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익명을 원한 우리금융 관계자는 “컨소시엄이 입찰에 불참하더라도 우리금융 민영화는 예정대로 진행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경쟁입찰이 어렵다면 정부 지분을 단계적으로 분산매각하는 방안도 대안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상목 공자위 사무국장은 “개별 입찰자들의 의견이나 요구에 대해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계에선 정부가 택할 수 있는 방안이 많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원한 금융계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쪽으로 돌아서면서 우리금융 민영화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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