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써니리] 한중, 공공외교 발전 시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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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관계가 댜오위다오 (센카쿠) 분쟁으로 최근 들어 '가장 저점'이라는 말이 도는 가운데, 11월27일 탕자쉬안(唐家璇) 전 중국 국무위원은 扬州에 가서 鉴真东渡与中日友好 ('鉴真의 일본방문과 중일우호')라는 연설을 했다.

扬州는 당나라 고승 鉴真(남진화상)의 고향이다. 그는 1200년전 일본으로 건너가 의학, 인쇄, 건축 등을 가르쳤고, 일본인들은 아직도 고마운 마음으로 그를 기린다. 이번 행사를 위해 일본에서도 은퇴한 장관급 인사를 비롯한 사절단이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 지방에서 반일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에도 불구하여 의연히 진행된 행사다.

"외교관계는 악화됐지만 민간차원에서는 이런 문화교류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이것이 양국 관계를 관리하는 면에서 큰 힘이 된다. 한국과 중국도 이런 공공외교 발전이 시급하다." 현재 연구차 베이징을 방문 중인 한인희 대진대학교 교수의 조언이다.

'공공외교'는 정부가 아닌 민간인의 교류를 통해 다른 나라의 여론을 자국에 유리하게 조성하는 외교활동이다. 외교관이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 외교적인 효과를 낳게한다. 심지어 외교가 '빵꾸'가 났을 때, 鉴真의 경우처럼 그 외교의 동력을 유지하게 하는 민간 차원의 '산소 공급기' 역할도 한다.

중국이 세계 곳곳에 세우고 있는 孔子學院도 공공외교이고, '한류'역시 공공외교의 수단이다. 학술, 문화교류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한국과 중국의 경우, 양국 사이에 분쟁을 빚을 경우 그 여파가 다른 분야에 까지 쉽게 확대되는 특징을 보인다. 예를 들어 혐한류가 중국에 한창일 때, 베이징의 모 대학에서 석사학위 논문 심사를 받던 한 한국유학생에게 한 중국교수는 갑자기 '한국이 중국의 문화유산을 훔친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성토를 해 동료교수로부터 제지를 받았다.

천안함 사건 이후 중국을 방문한 한 한국학자는 발언 시간의 상당부분을 주제와 관련이 없는 '천안함의 진실'에 대해 중국 참석자들에게 훈계를 자리를 뜨악하게 만들기도 했다.

한중관계가 악화되자, 중국에 진출한 한국 경제인들은 왠지 중국정부가 결정권을 행사하는 투자 수주 분야에 불통이 튀지 않을까 은근히 내심초사했고, 한국에 유학하고 있는 일부 중국학생들은 가족으로부터 '요즘에 한국사람들이 중국에 대해서 많이 화가 났다는 데 너는 괜찮냐'라는 反 농담조의 걱정도 들었다고 한다.

"한중관계가 어느 한 부분에서 삐걱하면 나머지 부분도 덩달아 삐걱거리는 도미노현상이 유독 양국 간에 심하다. 이걸 관리할 양국간 공공외교 점검이 시급하다"고 한인희 교수는 지적했다.

써니리 boston.sunny@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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