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매각 투명하게 해야” … 감독 당국 수장 잇따라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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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창(사진) 금융감독원장이 현대건설 매각과 관련해 “대우건설 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해선 안 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대우건설 사태란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재무적 투자자(FI)를 끌어들여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지난해 그룹 전체가 위기를 맞은 사건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3일 비슷한 경고를 한 바 있다.

 김 원장은 11일 출입기자들과 등산을 한 뒤 “(현대건설 매각 문제는) 기본적으로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해결해야 하지만 이로 인해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영향을 미친다면 문제”라며 “모든 것을 투명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주협의회가 (현대그룹에) 자료를 요청했는데 그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대우건설 사태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당사자들이 문제를 잘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그러나 금융당국의 개입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당사자 간의 문제에 대해 금융당국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강경론 솔솔=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대우건설 사태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주주협의회가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잇따라 대우건설 사태를 언급한 것은 자금조달에 대한 의문을 남긴 상황에서 현대건설 매각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진 위원장과 김 원장은 정제된 발언을 하고 있지만, 금융당국 내부에선 강경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익명을 원한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은 무슨 가처분소송 전문기관 같다”며 현대그룹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또 “현대차그룹이 끝내 외환은행 매각 담당자를 고발하면 당국 차원에서도 분명한 경고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이렇게 소송과 논란이 계속된다면 현대건설 매각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방법밖에 없다”며 “마음만 먹는다면 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밝혔다.

 ◆“고발하면 현대차 자격 박탈”=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소송, 고발 움직임에 대해 현대건설 주주협의회도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매각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의 실무진 3명을 검찰에 고발하면 예비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입찰의향서와 함께 제출한 확약서엔 입찰과 관련해 (매각 주체를 상대로) 어떠한 고소·고발도 하지 않겠다고 돼 있다. 익명을 원한 주주협의회 관계자는 “경기 중 심판을 고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매각 당사자를 고발해 확약서를 어긴다면 예비협상대상자의 지위를 박탈하는 것을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주 외환은행 매각 담당자 3명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던 현대차그룹은 이날까지 고발장을 접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발장을 제출하러 갔으나 서류가 다소 미비한 것으로 판단해 아직 내지 않았다”며 “확약서 규정과 별도로 외환은행 실무진에 대해 개인적으로 고발이나 소송을 할 수 있는지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14일 중대 고비 맞아=매각을 둘러싼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소송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매각 작업은 14일 중대 고비를 맞는다. 주주협의회는 이날까지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예금 1조2000억원과 관련한 대출계약서 등을 제출하라고 현대그룹에 요구했다. 현재로선 현대그룹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아무런 증빙자료를 내지 않는다면 주주협의회는 현대그룹과 맺은 현대건설 매각 양해각서(MOU) 해지를 논의할 수밖에 없다. MOU는 80% 이상의 찬성으로 해지할 수 있다.

 다만 현대그룹이 대출계약서까지는 아니더라도 자금의 출처를 알 수 있는 다른 증빙자료를 낸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주주협의회 내부에선 현대그룹이 보완자료를 낸다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에게 실사도 하지 못하게 하고 MOU를 해지해 소송으로 간다면, 주주협의회가 패소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김원배·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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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

[現] 금융감독원 원장

194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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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

[現] 금융위원회 위원장
[前] 재정경제부 제2차관

194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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