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조정래 (1943~ )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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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호 10면

전남 승주 출생. 동국대 국문과 졸업. 1970년 ‘현대문학’에 ‘누명’이 추천돼 등단했다. 84년 종합 문학지인 ‘한국문학’을 인수해 편집주간을 지내기도 했다. 83년부터 집필을 시작해 89년 완간한 대하장편소설 『태백산맥』은 ‘분단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90년대에는 일제 강점기 겨레의 수난과 싸움을 그린 또 하나의 대하소설 『아리랑』을 내놓았다. 이 두 소설은 모두 밀리언셀러가 됐다. 현대문학상·대한민국문학상·소설문학작품상·단재문학상 등을 받았다. 왼쪽 사진은 지난 11월 서재에서 찍은 모습. 오른쪽 사진은 2007년 자택에서 찍은 모습.

소설가 조정래 선생은 민족작가 혹은 국민작가로 불린다. 그 ‘민족’이란 호칭에 어울리게 댁에서는 한복을 입고 생활한다. 몸을 구속하거나 압박하지 않는, 이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넉넉한 옷이라는 이유에서다. 매일 책상에 앉아 글을 써야 하는 작업복으로 이보다 더 좋은 옷은 없다는, 체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멋이나 운치는 그 다음에 오는 덤이다. 이미 대하소설 3부작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통해서 알고 있겠지만, 그분의 인상은 무겁고 어렵다. 한복의 묘한 경건함까지 더해져 더욱 그렇다. 게다가 사진 찍히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니 사진가 입장에서는 최악의 모델인 셈이다.

PORTRAIT ESSAY 이은주의 사진으로 만난 인연

그런데 그분의 특이한 ‘약점’이 하나 있다. 가족 사랑이 뜨겁고 정답기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점이다. “아내는 내 인생의 전반기 완성이고, 손자들은 내 인생의 후반기 완성이다.” 이런 말을 할 때는 완전히 딴 사람 같은 웃음꽃을 피워낸다. 나는 그 두 얼굴을 동시에 사진에 담아내려고 욕심을 부렸다. 사진 찍는 사람의 욕심은 자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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