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로스쿨 도입 취지 살리되 부작용은 줄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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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변호사 1인당 인구는 5178명이다. 미국과 영국은 각각 260명과 420명이다. 전국 83개 시·군·구는 변호사가 한 명도 없는 ‘무변촌(無辯村)’이다. 변호사가 1만 명을 넘었지만 법적 조력을 구하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얘기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고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도입됐다. 대학에서 다양한 학문을 경험한 사람들을 변호사로 대거 길러내 저렴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내후년에는 전국 25개 대학에서 2000명의 첫 로스쿨 졸업생이 배출된다.

 어제 법무부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는 2012년 3월 치러질 제1회 변호사시험(변시·辯試)의 합격자 규모를 75%로 결정했다. 2013년 이후 합격자 수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각각 합격률 50%와 80~90%를 주장해온 법조계와 로스쿨의 입장을 절충한 안이다. 로스쿨의 도입 취지를 온전히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적정한 수준이란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논란이 된 합격률은 로스쿨 졸업생 중 절반 정도를 걸러내는 ‘정원제’냐, 아니면 대부분을 합격시키는 ‘자격시험제’를 선택하느냐는 차이에서 비롯됐다. 기존 법조계는 공급 과잉과 자질 저하를 막으려면 변호사 수를 조절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로스쿨 측은 ‘밥그릇’을 지키려는 법조계의 기득권을 깨야 한다고 반박해왔다.

 로스쿨을 나왔다고 모두 변호사가 되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국민들의 불만은 수준 낮은 변호사 때문이 아니라 적은 변호사와 고액의 수임료에 있다. 로스쿨 도입 당시에도 변시는 로스쿨 교육을 충실히 이수한 사람이면 무난히 합격할 수 있는 자격시험이 돼야 한다는 사회적 묵약(默約)이 있었다.

 법조계는 의사시험 합격률이 90%를 상회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법률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는 널려 있다. 미국에선 자격시험 형태를 거친 변호사들이 로펌뿐 아니라 정부·기업·시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한다. 법조계와 로스쿨은 갈등을 풀고 변호사의 활용 방안을 찾는 동시에 시험에서 탈락하는 ‘변시 낭인(浪人)’ 등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