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쇼핑 할 때 상품평 보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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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박미성(38)씨는 최근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쿠키 메이커를 구입했다. 하지만 ‘너무 편리하고 좋은 제품을 왜 이제야 알게 됐는지 모르겠다’던 사용후기와 달리 제품은 조악하고 엉성했다. 결국 왕복 배송료를 물고 환불을 받았다. 알고보니 해당 사이트의 구매 후기란은 나쁜 평가는 삭제되고 좋은 글만 남겨놓는 등 판매자에 의해 조작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인터넷 쇼핑, 최저가보다 상품평 확인해야 실패 없다

요즘엔 다량의 상품이 유통되는 것보다 상품후기를 많이 확보한 쇼핑몰이 인기를 끌면서 양질의 상품평을 확보하려는 쇼핑몰들의 경쟁이 뜨겁다. 상품평을 올리는 소비자에게 주는 혜택도 많아졌다. 인터파크·지마켓·옥션·11번가 등은 해당 쇼핑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스탬프·적립금 등을 증정해 활발한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쇼핑몰의 상품후기는 제품 구입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중에서도 인기 블로그나 유명 커뮤니티의 글이 제품 구입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기업들이 파워블로거와 커뮤니티 운영자에게 좋은 상품평을 올리는 조건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다. 이로 인해 상품평은 객관성을 잃게 되고 장점만 가득한 사용후기를 보고 제품을 구입한 일반 소비자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판매를 유도하기 위해 일부 쇼핑몰은 판매자가 문제점을 지적한 구매 후기를 삭제하는 등 상품평을 조작하기도 한다.

이같은 상품평 조작을 막기 위해 사이트마다 특별한 운영정책이 펼쳐지기도 한다. 한 유명 오픈마켓의 경우 비구매자는 상품평을 아예 쓰지 못하도록 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옥션·인터파크·G마켓 등은 구매자나 비구매자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상품평을 써서 사이트에 올릴 수 있도록 하되 판매자에게는 상품평을 관리하는 기능을 제공하지 않아 상품평 조작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실제 구매자 후기인지 비구매자 후기인지도 표시가 돼 있어 구분해서 읽으면 된다.

보다 객관적인 상품평을 보고 싶다면 최저가 검색과 함께 다양한 상품평을 볼 수 있는 가격비교 사이트를 이용하면 된다. 에누리닷컴(www.enuri.com)은 상품 게시판을 클릭하면 제품의 장단점과 소비자들의 의견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어 어떤 제품을 구입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 유용하다. 비비(www.bb.co.kr)는 여러 쇼핑몰과 오픈마켓에 있는 구매자들의 상품평들을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각각 다른 판매자를 통해 구입한 제품인 만큼 배송과 기타 서비스 등에 관한 객관적인 평가는 개별 사이트에서 확인해야한다는 점에서 다소 번거롭다.

다양한 문제점과 검색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 후기 전문 사이트도 등장했다. 아이후기닷컴(www.ihoogy.com)은 소비자들이 제품 평가에 직접 참여하고 공유하는 사용 후기 사이트다. 대외협력팀의 이영진 팀장은 “객관적인 사용후기를 확보하기 위해 사이트 운영자의 필터링 없이 소비자가 직접 등록하고 즉시 업데이트 되는 방법으로 운영한다”며 “상품의 단점이 언급되면 제조사에서 수정을 요청하기도 하는데, 객관적인 정보가 잘못 게재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정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사이트는 회원들이 쓴 상품평 외에도 신뢰도를 보완하기 위해‘소비자평가시스템’을 추가로 운영하고 있다.

낚시 상품평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조작된 상품평을 가려내는 방법은 없을까. 인터넷 쇼핑몰 관계자는 “광고글은 일정한 패턴을 갖고 작성되는 경우가 많다”며 “조금만 세심하게 상품평을 읽어보면 낚싯글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체크할 사항은 ‘만족’ ‘불만족’의 이유다. 무조건적으로 만족한다는 글의 경우 판매자 또는 관계자가 등록했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블로그에 등록된 사용 후기를 참고할 때는 해당 블로그의 다른 글들도 확인해 봐야 한다. 체험단, 리뷰, 특정 제품의 메뉴가 보인다면 전문 리뷰어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 대부분 기업에서 대가를 받고 쓴 글이라고 보면 된다. 셋째, 체험단이 쓴 사용후기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정리된 글만 참고하는 것이 좋다. 체험단의 사용후기로만 구성되는 사이트의 경우 회원들이 제품을 무료로 받기 위해 제품의 장점만을 강조하는 후기를 올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넷째, 여러 사람의 사용후기를 확인해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안전하다. 시간 여유가 없다면 가격비교 사이트나 사용후기 전문 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상품평을 참조하도록 한다.

< 하현정 기자 happyha@joongang.co.kr / 일러스트=장미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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