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포격 ’ 따지기 전에 한반도 현실 제대로 알리는 체계적인 교육 우선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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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의형제’는 내가 어릴 때 받은 반공 교육에 정면 도전하는 발칙한 영화임에 틀림없다. 주인공인 국정원 요원 한규(송강호)와 남파 공작원 지원(강동원)은 자신들의 신분을 속이고 각자의 목적을 위해서 함께 생활한다. 그러던 중 상대방의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하고 갈등하는 장면은 서른을 넘긴 사람들에게는 전혀 낯선 광경이 아니었다.

 나의 1980년대 초반 당시 ‘국민학교’ 시절은 반공포스터 대회, 반공 글짓기 대회, 반공 웅변대회 등에 대한 기억으로 얼룩져 있다. 반공의 의미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머릿속에는 반공 이데올로기가 자리 잡아 북한 사람들은 머리가 셋 달린 괴물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이후 반공 교육의 피해자였음을 깨달았다. 그릇된 교육으로 북한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가 쉽지 않았다. 분단 후 30년이 지난 후에도 이분법적이고 색깔 논쟁을 일삼아 그릇된 가치관 교육에 앞장섰던 교육현장을 감안하면 그로부터 다시 3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학교에서 하는 통일·안보에 대한 교육의 현주소는 ‘반공주의’란 말은 이미 사라져 버린 사어(死語)가 되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교육계가 제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11월 23일 서해의 최북단 연평도 포격 사건을 보며 모든 국민과 언론이 두 젊은이와 민간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정부의 미온적인 대북정책을 탓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교육자로서 학생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지 난감했다.

 조심스럽게 수업시작 전 보도 매체를 인용해 학생들의 생각을 물으니 각양각색이었다. ‘전쟁이 나면 공부 안 해서 좋겠다’ ‘이대로 당하고 있지만 말고 북한에도 포탄을 몇 배 더 쏟아 부어라’고 하는 학생이 있는 반면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무관심한 모습에 개탄스럽기까지 했다.

 일어나선 안될 비극적인 일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는 사태다. 하지만 책임의 소재를 찾고, 군의 치부를 들춰내 잘못을 따지고, 정책을 비판하고, 전력 증강 운운하기 이전에 무엇보다 이번 문제에 대한 교육적인 접근이 우선돼야 한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각 학교에서 안보와 통일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망양보뢰(亡羊補牢)란 말처럼 모든 일을 미리 예견하지 못하고 어떤 일이 발생해서야 뒷수습을 하려는 정부와 교육계의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

 남북 문제와 관련해 통일교육이니 안보교육이니 하는 말이 이슈가 되면 으레 윤리와 사회과목 등 일부 교과에 책임을 전가하는 일시적인 보완책도 믿을 수 없다.

 모든 학교 교육에서 한반도의 안보와 통일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학생들의 올바른 가치관 형성에 노력해야 한다. 나아가 교과 영역 외에 창의적 재량활동이나 특별활동 시간을 활용해 매달 1차례 이상 안보와 통일교육에 대한 체계적이고 내실화된 운영이 이뤄진다면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자세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충남교육청을 비롯해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통일교육 관련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다양한 통일·안보 체험학습과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의 인식 변화에 노력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체험학습과 프로그램이 몇 명의 선발된 학생들에게 국한되어 있어 그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초·중·고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여러 체험학습의 일부 프로그램 중 안보·통일 프로그램을 필수적으로 운영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통해 실효성을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공중 목천고 교사

지금은 1960~70년대처럼 무조건적인 반공이데올로기를 강요 받는 시대도 아니다. 그렇다고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단절적이고 일회적인 색깔 논리를 내세워서도 안 된다. 원시안적인 판단과 체계적이고 일관적인 교육정책을 마련해 학생들에게 올바른 안보와 통일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한 시대다.

 새 시대를 열어 가야 하는 학생들에게 안보와 통일에 대한 교육이 미비해 왜곡된 가치관이 형성된다면 지금보다 더 큰 문제의 상황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목천고 김공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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