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엄청난 바꿔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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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본선 32강전> 
○·퉈자시 3단 ●·박지연 2단

제15보(183~192)=시종 무표정하던 퉈자시 3단의 얼굴이 변화무쌍해졌다. 강한 젊은 기사들은 여자기사에게 지는 것을 커다란 수치로 여긴다. 한데 지금 국면은 풍전등화의 형세에 막 사고(?)가 일어나려 하고 있다. 큰일이다. 이를 어찌 막을 것인가.

 흑▲에 대한 백△의 흔들기는 바로 이런 상황이 빚어낸 강경책이었다. 대마가 사는 것은 어렵지 않다. ‘참고도’ 백1로 늘고 2로 수비할 때 3에 젖혀 이으면 산다(상변에 후수 한 집이 있다). 하나 백은 A의 패를 이기지 못하면 어차피 만사 끝이다. 이 백이 사는 동안의 모든 수순이 팻감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자폭하듯 변화를 일으킨 것인데, 19세 처녀기사 박지연은 “무슨 수야. 정말 살 수 있어” 하고 묻듯 183에 파호한다. 침착하고 단호하다.

 186 치받을 때 187은 타협책. 전체를 잡으러 갈 수 있으나 ‘시간’이 없다. 만약의 사태를 우려해 187부터 쉽고 확실한 길을 간다. 191에 이르러 백 대마가 죽었다. 이 대마는 무려 50집을 상회한다. 백도 192로 넉 점을 잡아 상당한 소득을 올렸다. 귀의 패가 자동 해소되고 우변 흑도 잡을 수 있게 됐다. 그 크기는 환산하면 50집을 훨씬 웃돌 것이다. 하나 중요한 건 대세다. 바둑을 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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