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던 막걸리 이름 ‘우국생’으로 짧아진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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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소비자들이 유통업계의 아이디어 뱅크로 떠오르고 있다. 유통업체들이 놓치기 쉬운 건강·친환경·안전 아이디어를 소비자들이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 돼지고기 업체인 선진포크는 최근 ‘신선도 유지를 위해 사용하는 아이스팩(사진 ①)을 재활용하자’는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내년 4월까지 아이스팩과 고기를 교환해주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아이디어는 선진 브랜드 카페에서 활동 중인 60여 명의 소비자체험단이 냈다. 선진 측은 “아이스팩은 개당 300원 정도로 원가도 아끼고 친환경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위생생활용품 업체인 쌍용 씨앤비(C&B)는 최근 출시한 ‘한방 보습 티슈’에 감초와 상백피 등 한방 소재로 만든 섬유물질을 추가했다. 겨울철 잦은 티슈 사용으로 코에 자극이 많다는 소비자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 회사는 매월 8만 팩 정도의 신제품을 추가로 팔아 연 24억여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제품의 이름을 바꾸거나, 신제품을 출시할 때도 소비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국순당은 지난 5월 출시한 ‘우리쌀로 빚은 국순당 생막걸리’의 병 라벨을 출시 5개월여 만에 약칭인 ‘우국생’(사진 ②)으로 바꿨다. 제품명이 길어 기억하기 어렵다는 소비자 의견을 반영했다. CJ제일제당은 ‘정통 인도카레’를 먹고 싶다는 자체 소비자 평가단의 의견에 따라 올해 초 액상카레인 인델리 시리즈를 출시했다. 결과는 11개월여 만에 국내 액상 카레 시장의 3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롯데마트는 지난 5월부터 아이스크림 같은 냉동상품의 명칭과 가격이 따로 적혀 있어 가격 확인이 어렵다는 소비자 의견에 따라 상품 이미지와 제품 가격을 동시에 적은 프라이스 카드를 적용해 호응을 얻고 있다.

 까다로운 소비자가 많은 백화점도 영업 현장 곳곳에 고객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지하주차장 진입로 벽면에 형광 안전띠를 설치했다.

 “낮 시간에는 주차장 내 안전 유도등이 켜져 있어도 바깥과 밝기 차이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소비자 건의를 반영한 것이다. 신세계 측은 안전띠 부착만으로 주차장 진입로 부근 접촉사고 횟수가 60%가량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 김기학 고객서비스팀장은 “안전뿐 아니라 쇼핑과 관련한 다양한 소비자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고객제안제도를 운영해 현재까지 3500건의 제안을 받고 이 중 실효성이 높은 500여 건을 현장에 반영했다”며 “직원들이 미처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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