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기 왕위전] 이창호-유창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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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보(102-120)
=오후 6시반에 간식이 들어갔으나 두 기사는 거의 손을 대지 못한다.어느덧 사위는 어둠이 깊어졌다.바둑은 바야흐로 숨막히는 승부처.한국기원 직원들이 오늘 도전기가 있는 것을 잊었는지 퇴근하면서 에어컨을 꺼버렸다.그바람에 후덥지근해진 대국장에서 李왕위는 물수건으로 땀을 훔치고 있고 劉9단은 윗옷을 벗어젖힌채 경각에 달린 대마의 생사에 몰두하고 있었다.

전보에서도 말했지만 백은 양쪽 대마를 모두 살려야한다.劉9단은 102부터 벼랑끝에서 움직이고 李왕위는 105,107로 어김없이 급소를 짚어온다.110에 붙이자 드디어 111.흑이 이처럼 연결하면 백은 무조건 중앙대마를 살아야한다.

하지만 '참고도'백1로 흑▲ 5점을 잡고 살면 흑2로 막아 이쪽 대마가 잡힌다.검토실에선 14까지의 패가 있긴 있지만 이건 너무 비참하다며 백 패배를 선언했다.

그런데 신진강호 김명완4단이 112로 키워죽이는 사석의 묘수를 발견했다.그리고 11분후 劉9단은 마치 훈수라도 들은듯 정확히 그 수순을 밟았다.114까지 선수해 두고 116으로 중앙을 산 다음 우변도 120까지 사는 수순은 실로 절묘했다.112라는 묘수 한방으로 劉9단은 지옥에서 천국으로 도약했다.이제는 백이 절대 우세다.

박치문 전문위원<dar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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