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미국이 건넨 영변 위성사진 묵살 … 열흘 뒤 북 핵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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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13일 미국 정부는 중국 정보 당국에 위성사진 여러 장을 건넸다. 북한 영변 핵시설 주변에서 포착된 수상쩍은 움직임이 담긴 사진이었다.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자는 “핵실험에 관한 심각한 위협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며 이를 일축했다. 그로부터 열흘 뒤 북한은 2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 외교전문에서 확인된 일화다. 북한의 후견인을 자처한 중국조차 북한 내부 사정에 어둡다는 게 이번 외교전문 폭로로 드러났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정보가 부실하다는 정황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포착됐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 미국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장비를 사들이고 있다는 사실도 중국에 알려 줬다. 기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확보가 국제사회 제재로 여의치 않자 고농축 우라늄으로 이를 대체하려는 시도로 미국은 해석했다. 그런데 북한의 2차 핵실험 직후인 지난해 6월 두 명의 중국 외교부 고위 간부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이 극히 초보 단계”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한은 당시 이미 대규모 우라늄 농축시설을 짓고 있었던 것으로 최근 방북한 미국 과학자에 의해 확인된 바 있다.

심지어 중국은 북한의 후계구도에 대해서도 오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월 상하이 주재 미국영사관의 전문에 따르면 북한을 잘 안다는 중국 전문가조차 김정은 후계설을 믿지 않았다. 김정일의 세 아들보다는 군부가 집단지도 체제 형식으로 권력을 잡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장남인 김정남은 플레이보이 기질이 너무 강하고 둘째는 비디오게임에 정신이 팔려 있으며 김정은은 너무 젊고 경험이 없다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평가였다.

 이런 평가는 지난해 6월에 가서야 바뀐다. 주중 미국대사관은 지난해 6월 “우장하오(吳江浩) 외교부 아주사 부사장이 최근 잇따른 북한의 도발행위가 김정일의 건강 악화 때문이며 미국과 긴장을 고조시킨 뒤 김정은이 완화토록 해 정은의 권력 승계를 확고히 하려는 김정일의 계획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보고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와 관련,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 국무부의 북한 관련 전문에 등장하는 (한·중·미 관리) 어느 누구도 올 3월의 천안함 사건, 3주 전 북한의 우라늄 농축, 지난주 북한의 연평도 공격을 예측하지 못했다”며 “심지어 북한의 가장 가까운 동맹인 중국도 자주 놀라울 정도로 (정보 판단이) 틀렸다는 점을 전문들은 보여 주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은 올 2월까지만 다루고 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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