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샛별] ‘꿈의 무대’빈 무지크페어라인에 섰다, 바이올린 정상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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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바이올리니스트 정상희씨가 지난달 빈 무지크페어라인의 메인 무대에 데뷔했다. [SMC 제공]

오스트리아 빈의 무지크페어라인은 ‘꿈의 공연장’이다. 연말마다 세계 음악계의 이목을 끄는 빈 필하모닉(이하 빈필) 신년음악회가 열리는 곳이다. 초청되는 연주자들도 최상급이다. 이곳 무대에 선 신인들은 이력서의 한 줄을 당당하게 채우게 된다.

 지난달 11일 신예 바이올리니스트 정상희(21)씨가 무지크페어라인에 입성했다. 뉘른베르크 심포니와 함께 바흐의 두 대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d단조를 연주했다. 함께 한 연주자들 또한 수준급이었다. 최근 세계 지휘계의 세대교체를 주도하는 이들 중 하나인 영국의 알렉산더 셜리(31), 빈 심포니의 악장인 안톤 소로코프(32)가 한 무대에 섰다. 정씨는 차분한 톤으로 연주를 이끌었다. 단번에 이목을 잡아끌기보다 신중하게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는 쪽이었다. 지휘자와 소로코프의 소리를 잘 들으며 나이에 비해 성숙한 해석을 풀어놓았다. 화려함보다 기품이 특징이었다.

 “빈 국립음대에서 공부하기 위해 유학온 지 3년이에요. 꿈만 꿨던 무대에 서게 될 줄은 몰랐어요.”

 서울예고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온 정씨는 지난 2월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와 함께 뉘른베르크 심포니 협연 무대에 섰다. 베토벤의 삼중 협주곡을 협연 한 뒤 이 오케스트라에 다시 섭외됐다.

 “처음 빈에 왔을 땐 자신만만했죠. 하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저의 수많은 약점을 곧 깨달았어요. 음악엔 매진했지만, 그걸 더 당당하게 무대에서 표현하는 게 몸에 익지 않았던 거죠.”

 한국에서 익숙했던 자신만의 음악 만들기에서 벗어나 음악의 세계적 수도인 빈에서 자유롭게 음악과 만났다.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실전 경험이다. 5월 체코의 베토벤 축제에서는 역사적 작곡가인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아들 막심의 지휘로 공연했다. 러시아·이탈리아 오케스트라와도 기회가 될 때마다 무대에 섰다. 치열한 경쟁의 콩쿠르 도전, 학교 공부에 매달리는 대신 음악 본토의 실전 무대를 선택한 것이다.

 “조금씩 꿈에 다가가고 있어요. 강렬한 연주를 보여주는 레오니다스 카바코스를 가장 좋아해요.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라, 저와는 연주 스타일이 많이 다르지만 그런 만큼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수많은 무대에서 단련되고 있는 정씨는 “세계 일류 무대를 모두 정복할 것”이라고 야무진 꿈을 내비쳤다.

빈=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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