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가 북한 공격 받는 1시간 동안 … 김태영, 즉각 합참 안 가고 국회에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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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발전소 앞에서 보초를 서던 해병대원이 북한 해안포가 배치된 개머리 해안 쪽에서 포성이 들리자 무전으로 상황보고를 하고 있다. [연평도=연합뉴스]


25일 김태영 국방부 장관의 경질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군사적 긴장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뤄진 교체였다. ‘전쟁 중엔 장수를 바꿔선 안 된다’는 비판을 각오하고 결정한 이 대통령의 선택이었다. 발표 형식도 이례적이었다. 김 장관의 경질이 결정된 것은 이날 오후 6시쯤이었다고 한다. 이런 경우 일반적으론 다음날 발표가 이뤄지지만 이날엔 오후 8시쯤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질 사실을 알렸다.

 왜 그랬을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군의 초기 대응을 다시 짚어보는 과정에서 김 장관의 대처가 황당할 정도로 부실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청와대는 북한의 연평도 공격 상황이 발생한 23일 김 장관이 보인 동선을 살펴본 뒤 그런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이 공격했을 당시 김 장관은 국회 예결위원회에 있었다. 그는 오후 2시40분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장으로부터 피격 사실을 보고 받았다. 그런데도 그는 곧바로 합참으로 향하지 않고, 예결위 회의장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다 오후 3시35분쯤 일어섰다. 그사이 북한군의 1, 2차 공격과 우리 군의 1~3차 대응 사격이 끝났다.

 국회를 나선 김 장관은 오후 3시45분쯤 대통령이 긴급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소집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합참으로 향하던 차를 돌리지 않았다. 이희원 대통령 안보특보가 “어디냐”, “언제쯤 오느냐”고 두 차례 전화했지만, 김 장관은 오후 4시45분에야 청와대에 도착했다고 한다. 회의에 늦게 합류한 만큼 김 장관은 대통령이 “확전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라는 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 몰랐다고 한다. 그런 그가 24일 국회에서 “확전 자제 지시를 받았다”고 말해 이 대통령은 궁지에 몰렸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김 장관의 23~24일 언행을 이해할 수 없다. 이 대통령도 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회도 잘못”=23일 사건 발생 직후 예결위에선 이정현(한나라당) 의원이 먼저 “김 장관의 설명을 듣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사회권을 행사하던 민주당 간사 서갑원 의원은 “정범구 의원(예산질의) 차례니 듣고 하자”고 했다. 그 바람에 김 장관은 21분 걸린 정 의원의 질의가 끝난 다음에야 연평도 상황을 의원들에게 보고하고 국회를 빠져나왔다. 그래서 정부에선 “김 장관을 볼모 잡듯 잡은 국회의원들도 문제”라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의원들도 문제지만 의원들이 시키는 대로 한 김 장관이 더 답답하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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