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이 와중에 슬그머니 … ② ‘청목회 면죄부’법 서두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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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후원금 수사 와중에 정치자금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빠른 법 개정을 위해 통상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하지 않고 국회 행정안전위에서 대안을 마련해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행안위는 26일 ‘정치후원금제도 공청회’를 열고 기업과 단체 후원금을 허용하는 방안을 놓고 여론을 수렴했다.

 여야 지도부가 정치자금법 개정을 서두르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놓고 국회에선 “지난주 ‘대포폰 특검’ 문제로 극한 대치를 하던 여야가 2011년 예산안 본회의 처리 일정(12월 6일)에 극적으로 합의한 배경이 정치자금법 개정에 의견을 같이 했기 때문”이라는 이른바 ‘빅딜설’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여야가 추진하는 정치자금법 개정 방향이 사실상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단체 회원들의 후원금을 전면 허용하는 내용이라는 점이다. 실제 여야 원내수석 간 협의과정에서 이달 중순 민주당 측이 제시한 정치자금법 초안은 ‘익명 기부가 가능한 10만원 이하 기부금은 법인·단체와 관련된 자금 또는 특정 행위와 관련성, 기부 목적을 불문하고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 돼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청목회 수사 대상 의원 가운데 한나라당 조진형, 민주당 최규식 의원 등 현금을 받은 8명을 제외하고는 면죄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500만원을 초과했더라도 청목회 회원 다수의 명의로 소액후원금을 받은 대부분 의원들은 합법이 되기 때문이다.

 ◆“입법권 남용” 논란=검찰 관계자는 정치권의 움직임과 관련해 “검찰은 정치자금법이 개정되더라도 형사소송법상 ‘행위시법의 원칙’에 따라 불법자금을 수수했을 당시 구법 조항을 위반했을 경우 그대로 기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권이 스스로 수사 대상이 되는 법 조항을 고쳐 처벌을 면제받으려는 시도를 하는 것은 입법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26일 공청회에서 곽란주 변호사(법무법인 ‘산지’)는 “정치권에서 소액후원금은 대가성이 없다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려 하는 데 심각하게 재고돼야 한다”며 “이는 소액 다수의 정치자금을 활성화하려는 정치자금법 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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