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복제시대 영생은 무엇인가…SF연극 '철안붓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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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나'에이리언'등 미래사회를 다룬 많은 SF영화에서 바라보는 인간의 미래는 어둡다.핵전쟁이나 외계인의 공격으로 인간은 겨우 멸망을 면한채 몇몇 사람만이 살아남아 생존을 위협하는'적'들과의 싸움에 열을 올린다.인류 종족의 생존을 위해.

하지만 이 우주 속에 인간만이 오직 살아남아야 할 가치가 있는 고귀한 존재일까.아니,인간은 소멸하고 그 복제품만 남는다면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신의 영역마저 도전하는 인간복제를 눈앞에 둔 지금 생명의 존재가치와 영생에 관한 물음을 던지는 연극 한편이 무대에 오른다.오는 8∼24일 서울 성수대교 확장 공사현장에서 펼쳐지는 극단 유의'철안붓다'(鐵顔佛陀)
다.

주목받는 차세대 극작가이자 연출가 조광화의 신작인 이 작품은 폐허가 된 25세기 이 땅을 무대로 하고 있다.인간복제가 일반화돼 우수 유전자의 결정체인 복제인간 철안족들이 이미 순수 인간족보다 월등한 숫적 우월을 점하고 있는 때다.

연극무대에서는 보기 드문 이 SF물을 위해 소극장을 박차고 건축자재들이 복잡하게 널려있는 다리 공사현장을 공연장으로 택했다.기존의 문명은 이미 무너져 버리고 혼돈이 남아 있는 장소로 무너진 다리를 다시 세우는 이곳이 적절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 속에서 살아남은 인간 닥터(유인촌)
와 그의 아들 시원(홍경인)
,복제인간 철안족의 대모인 양성체 불모(권성덕)
,그의 후계자 안회(이남희)
,그리고 칼리(방은진)
등 등장인물들의 관심사는 생명이다.

닥터는 몇명 남지않은 인간의 씨를 이어가기 위해 자신의 부인을 되살려낼 전생수(前生樹)
를 만들어내고,불모는 이 전생수를 영원한 생명의 도구로 이용하고자 한다.하지만 경솔하게 날뛰는 안회의 칼에 죽은 시원을 살리려는 닥터는 시원과 그 혼(아트만)
의 숙주가 될 안회를 전생수 안으로 밀어넣는다.결국 뜻하지 않게 인간의 아트만을 가진 철안족 안회와 철안족이었던 인간 시원이 만들어진다.안회가 이생에 뜻이 없는 시원의 육신을 빌어 다시 태어난 것이다.

닥터는 인류의 계승을 위해 껍데기만 인간인 시원과 마지막 남은 여자 희은을 결합시키려 하지만 시원의 육체는 썩어들어가고 시원의 아트만은 새 생명을 주는 전생을 거부하며 스스로 돌이 되는 수행을 하며 붓다가 된다.

인간보다 우수한 종족 철안족의 몸을 만들기 위해 배우들이 매일 인도 전통무예로 신체훈련을 해 전투장면에서 리얼한 연기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또 미래 분위기의 분장과 의상 등도 볼거리.하지만 무엇보다 관객의 요구를 읽어낼 줄 아는 연출가인만큼 재미도 놓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7일간의 공연에 무려 2억여원의 예산이 들어간 이 작품이 과연 객석 1천2백석을 채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02-3444-0651.
안혜리 기자
<hye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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