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전이 우리에게 남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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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사학의 명문 고려대와 연세대의 정기전이 벌어졌다.

한국 학생야구를 대표하는 두 팀간의 대결은 양교 학생, 교직원뿐만 아니라 세간의 관심을 모으는 빅 게임이다.

적대적 대립구도를 벗어나 양교간의 돈독한 우정을 다지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이 정기전은, 하지만 그러한 의미부여가 무색할 만치 과열된 승부경쟁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승리에 대한 집착은 예전부터 지나친 면이 많았다. 설사 다른 대회에서 지더라도 정기전에서만큼은 어떠한 방법을 쓰더라도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지상명제처럼 만연해 있었다.

그렇기에 정기전에 임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단순 친선 경기가 아닌 마치 전쟁을 나선 군인들마냥 비장하고 결의에 차 있다. 그리고 결국 어제 집단 난투극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6회말, 연세대 채상병의 안타에 3루주자 신명철이 홈으로 들어오다가 고려대 포수 김상훈과 부딪쳤다. 신명철과 김상훈은 서로 상대방의 잘못이라며 과민하게 반응하며 싸우다, 김상훈이 연세대 덕아웃을 향해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흥분한 연세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어 나왔고 뒤질 새라 고려대 선수들도 같이 맞대응하여 결국 집단 난투극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런 와중에 한 고려대 선수는 알루미늄 방망이를 휘두르는 추태를 보였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한국 학생 야구계를 대표하는 전통의 명문이다.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할 그들이 보여준 이번 추태는 어떠한 변명으로도 이해되어지지 않는다.

얼마 전 봉황대기 고교야구대회에서도 군산상고 대 한서고 경기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었다. 어찌 이러한 행위를 배우는 학생의 모습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팀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세는 당연한 일이고,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이가 과도하여 감정을 앞세운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정당당하게 경기에 임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더우기학생들의 경기라면 더더욱 그러해야 한다.

언젠가부터 승리지상주의와 배금주의에 물들어가고 있는 학생야구를 지켜보면서 한탄하는 이들이 많음을 모두들 명심해야겠다.

오심과 추태로 범벅이 된 이번 고연 정기전을 통해 이기기위해서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는 식의 사고방식과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한번쯤 되돌아 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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