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민간인까지 … 북한, 우리 민족 맞나” 분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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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에 대한 북한의 공격 이후 민간인 사망자로 처음 발견된 두 명의 희생자는 해병대의 관사 신축 현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이다. 연평도 현지 주민은 아니고 인천에서 일용직으로 고용돼 공사 현장으로 건너가 일하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성형 인천해양경찰서 서장은 24일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김치백(61·인천시 가정동)씨와 배복철(60·인천시 송현동)씨 시신 주변엔 2발의 포탄이 5m 간격으로 떨어진 것처럼 움푹 파여 있었다”고 말했다. 시신 한 구는 파인 곳에서 약 5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고, 다른 시신 한 구는 파인 곳에서 2~3m 옆에서 발견됐다. 이 시신은 불에 타 크게 훼손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에서 김씨와 배씨의 사망 소식을 접한 가족들은 충격에 휩싸인 채 외부와 일절 접촉을 끊고 있다. 김씨의 동생은 “형수와 조카 둘 등 온 가족이 모여 있는데 아직 믿지 못한다”며 “연평도로 들어가 시신부터 확인해야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시신은 현재 연평면 보건소에 안치돼 있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현장에서 유족들의 확인을 거친 뒤 인천으로 시신을 옮겨 장례를 치르도록 할 계획이다. 김씨 동생은 “생활이 넉넉하지 못했던 형님은 조카들을 키우느라 옷 한 벌 제대로 못 사 입었는데 이게 웬 변고냐”며 흐느꼈다.

 배씨는 동생과 함께 일하다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평도 공사 현장에는 김씨와 배씨를 포함해 모두 12명의 근로자가 일했다. 이 중 배씨의 동생도 함께 일했지만 동생은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씨 형제와 같이 일했던 한 근로자는 “동생은 포탄이 터지자 일행과 함께 항구 쪽으로 뛰어 배를 타고 인천으로 빠져나왔다”며 “배에서 형이 보이지 않아 애를 태우다 형의 사망 소식을 듣고 지금은 몸져누웠다”고 말했다. 손성문 현장 소장은 “김씨는 현장 반장이었고 배씨는 미장일을 했다”며 “두 분 모두 성격이 온화하고 젊은이를 제치고 험한 일에 앞장섰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해병대 관사 신축 공사를 하던 경림건설의 황규철 대표는 “두 분 시신을 인천 병원으로 안치한 뒤 군과 유가족들과 보상 및 장례 절차 등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장정훈·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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