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차근 펀드투자] ‘못난이 펀드 3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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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최근 해외 증시의 반등에도 2007년 하반기~2008년 중반에 해외 펀드에 들어간 투자자들은 아직 원금을 회복하지 못했다. 3년 수익률로 따졌을 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펀드(H주)가 -26.5%, 브릭스 펀드도 -14.6% 수준에 머물고 있다. 상투 부근에서 자금 유입이 집중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3년 수익률 기준으로 가장 손실이 큰 ‘못난이 펀드’는 러시아 펀드(-46.5%)와 일본 펀드(-46.7%), 글로벌 리츠펀드(-42.7%)다. 소위 ‘못난이 펀드’ 투자자들은 현 시점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보유 여부를 결정하려면 해당 국가 증시의 펀더멘털과 경제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러시아 펀드의 경우 투자자 대부분이 RTS지수 2000 이상에서 집중 투자했다. 현재의 주가지수는 고점(2487.9) 대비 60% 수준인 만큼 상당수 투자자는 큰 손실을 본 상태다. 증시의 고평가 여부는 지수가 아니라 밸류에이션에 의해 판단된다. 러시아 증시가 고점이던 2008년 5월의 밸류에이션은 10.5배 수준이었다. 현재의 밸류에이션은 6.4배 수준으로 역사적 평균(8.8배)의 약 70% 수준으로 저평가돼 있다.

 또한 자기자본이익률(ROE)과 같은 이익지표도 성장세를 보이는 데다 내년도 경제성장률도 소폭 상향된 4.3%으로 전망돼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증시의 저평가 매력과 경제의 완만한 성장세로 내년에도 평균 이상의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러시아 펀드는 보유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

 일본 증시도 역사적 평균 대비 밸류에이션이 75% 수준으로 저평가돼 있다. 이익 성장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펀드 성과는 해외 펀드 중 가장 저조하다. 일본은 수출주도형 산업구조로 엔고 현상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저조한 경제성장도 걸림돌이다. 저조한 경제성장과 엔고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글로벌 자금 유입도 둔화하며 주가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증시의 저평가 매력은 있지만 원금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일본 펀드의 경우 내년도에도 평균 이하의 성과가 예상되는 만큼 투자자들은 브릭스 위주의 이머징 펀드로 갈아타는 것이 낫다.

 리츠펀드는 금융위기에서 가장 큰 직격탄을 맞은 섹터 중 하나다.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여파로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급락했다. 수요 부진으로 투자수익률은 하락했고 금융경색으로 많은 부동산 기업 및 리츠가 파산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자금경색을 보였던 금융시장의 투자가 재개되는 등 시장이 활기를 찾고 있다. 경기후행지표인 부동산시장은 실물경기를 뒤늦게 반영하기 때문에 주식시장보다 늦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내년도 리츠펀드는 평균 이상의 수익률이 기대되므로 보유전략이 바람직하다.

 손실이 크고 회복도 잘 되지 않다 보니 투자자들은 환매 유혹을 자주 느낀다. 해외 펀드 손실 상계처리 연장이 내년까지 연장돼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만큼 같은 수준의 수익률이라면 손실이 난 기존 펀드를 보유하는 것이 신규 펀드에 투자하는 것보다 낫다. 이 때문에 ‘못난이 펀드’ 갈아타기는 세금 효과를 감안해 기대수익이 높은 펀드로만 국한하는 것이 원칙이다.

김용희 현대증권 펀드리서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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